• 최종편집 2024-04-08(월)
 



경남 무형문화재 29호로 인정받은 경남과기대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김동귀 교수가 최근 한방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와 아주 ‘특별한 협업’을 진행했다. 1년에 단 한 번 장인의 예술혼을 품어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 진설 명작세트 ‘색동목장’을 선보인 것. 그는 “이번 협업으로 내 흔적의 빛깔을 남기고 많은 이들과 내 작품의 소리를 공유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 시간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목공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김동귀 교수를 주간인물과 함께 만나보자. _김미동 기자


“연륜을 가진 나무는 수분이 빠지면서 나이테가 치밀하고 아름다워져요. 나무가 생을 이어오면서 잎, 열매, 꽃은 계절에 따라 바뀌고 사라지지만, 보석같이 아름다운 속살은 거친 껍질 속에 갇혀 손길을 기다리죠. 오랜 시간을 조용히 숨어있던 목재와 그 나무의 생이 담긴 나이테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목공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탁녹황

경남 무형문화재 29호 소목장이자 대한명인회 목상감 명인으로서 45년간 나무와 함께해온 김동귀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 공방인 ‘웅석공방’을 개설하는 등 목공예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대에 걸쳐 이어온 외가의 농방을 놀이터 삼으며 자연스레 목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김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등 목공예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던 시기부터 초등 교사로 임용을 받은 후에도 식지 않았던 그의 열정은 전국 대학 예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꽃을 피웠다는데. 여행 중 지인들을 위한 관광기념품을 구입하던 중 조잡한 디자인에 아쉬워하던 그는 ‘내가 직접 만들어 추억을 선물해보자’ 마음먹기도 했다고. 김 교수는 “당시 공예를 배우기 위해 전국을 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땐 장인도, 문헌적 자료도 턱없이 부족했어요.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커 고미술상과 사찰 등을 찾아다니고 외가에 조언을 얻기도 했습니다. 금속공예, 목공예, 지공예 등 다양한 장인들의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히고 홀로 틀어박혀 작품을 만들곤 했죠.”


먹감나무 진주반닫이

대학졸업 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 교수는 오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이겨내며 기법 중심의 민속공예를 익혀갔다. 그러던 중 문득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목공예의 길을 걷기 위해 교사생활을 접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목칠공예에 매진했다고. 이후 전국 공예품경진대회 대상 등 대한민국 공예대전 10회 연속 수상을 포함한 다수의 수상 경력뿐 아니라 198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독일, 일본, 중국 등 국내외 개인전과 2008 북경올림픽기념 초대전과 밴쿠버동계올림픽 초대전 등을 펼쳐왔다. 2012년 경남 무형문화재 소목장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제 명실상부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자신의 빛깔이 담긴 작품을 위해 목상감 연구 작업에 열중하던 김동귀 교수는 각 나라의 상감기법을 분석하던 중 ‘나이테처럼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곡선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는데. 그러다 지층의 배사구조와 물에 젖은 종이에 영감을 얻은 그는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원목의 질감을 살린 ‘염색집성목’을 개발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공예의 본질은 결국 ‘쓸모 있는 아름다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구는 주위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하죠. 때문에 회화성과 조형적인 요소를 최대한 가미하여 공간에서 자유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또한 그는 “목공예란 나무를 볼 줄 아는 눈과 목재를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력의 합작”이라고 전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500년을 이어온 나무의 생이 사라져버릴 수 있어 나이테를 읽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 장인의 손끝에서 목재가 가장 피어오르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봐요. 좋은 목재는 자연이 만들어내지만, 좋은 작품은 장인의 기술력이 만들어내는 것이죠.”
웅석공방을 개설하여 인재배출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경남과기대 인테리어소재공학과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김동귀 교수는 “벽이 높은 만큼, 숙련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뜻깊은 소신을 내비쳤다. “저는 자료와 문헌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기에, 그간 제가 연구해온 목상감 분야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후배들이 접하고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전통공예에 대한 이해를 활성화시키고 좋은 소재보다 작품을 극대화할 수 있는 표현방법을 모색해야할 때”라며 강조한 김 교수는 “공예공방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웅석공방을 개설하여 목공예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높인 것이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웃어 보였다.
오랜 기간 강단에 서왔던 세월을 뒤로하고 올해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김동귀 교수. 그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작업에 열중하여 작가로서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제게 남은 시간 동안 작업에 오롯이 몰두해 제 소리와 냄새, 빛깔이 담긴 작품을 세상에 남기고 싶습니다. 또 세계 곳곳에 우리나라의 예술성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을 공유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야죠.”

또한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건립하여 지금까지 연구를 위해 수집·제작한 고미술품과 자재, 작품을 공유하고 교육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보인 김동귀 교수의 작품은 예술 그 자체로서 목공예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의 남다른 행보에 주목하며, 앞으로 그가 보여줄 작품세계와 예술성을 기대해본다.  [1068]

주간인물(weeklypeople)-이상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동귀 소목장·웅석공방 대표·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교수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