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것들이 있다. 금, 토지 그리고 가죽. 시간이 갈수록 묵직한 멋을 내뿜는 가죽제품은 사용하면 할수록 오래 사용한 ‘맛’이 난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보고 있노라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걸음걸이, 습관이 고스란히 읽힐 정도다. 이렇듯 가죽은 쓸수록 나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제 가죽제품을 찾는 이들과 직접 공방을 찾아 자신만의 물건을 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번 주 주간인물은 가죽의 매력에 ‘완전히 미쳐버린’ SOMAD 가죽공방의 김진규 대표를 만났다. _정효빈 기자


“가죽이 서서히 제품으로써의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속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의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황소의 뿔이 그려진 멋스러운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공방으로 들어서자 김진규 대표의 참신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다양한 제품들이 공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SOMAD 가죽공방은 투박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살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가죽제품을 제작하고 있는 곳이다. 더불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간단한 기법을 활용한 가죽공예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결혼 전 아내에게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선물해주기 위해 가죽공예를 처음 접하게 됐다는 김진규 대표. 사소한 계기로 시작한 가죽공예였지만, 그 매력에 흠뻑 빠져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한 가지 일에 빠져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파고들게 된다”는 김 대표. ‘SOMAD’라는 상호 역시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본 모친이 ‘완전히 미쳤다’라고 말한 것에서 따온 것이라고. 홀로 틈틈이 가죽공예품을 만들어가던 중, 지인으로부터 수공예 핸드메이드 온라인샵인 ‘아이디어스’의 작가로 활동해볼 것을 권유받게 된다. 이후 그의 작업실은 작은 방 안에서 신혼집의 베란다로, 동네의 자그마한 공방으로 거처를 옮겨갔고 2층 규모의 작업실과 디스플레이 공간을 갖춘 현재 모습에 이르렀다.

“잠을 못 자도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나서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비염 수술을 받은 직후에 바로 작업에 몰두하다가 코에서 피가 터져 가죽이 전부 피에 젖어버린 적도 있어요.(웃음)”

SOMAD 가죽공방에서는 시계스트랩, 지갑, 에어팟케이스 등 다양한 수제가죽제품을 맞춤 디자인으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화학 금속 성분을 사용하지 않은 가죽공법으로 제작된 ‘베지터블 소가죽’을 사용해 쓸수록 자연스러운 형태로 길들여지는 나만의 가죽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제품들을 보며 그에게 ‘사업 영역을 넓힐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다른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아요. 제 손을 거친 제품을 꾸준하게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무작정 몸집부터 불리기보다 작은 규모일지라도 자신만의 기운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해 수업을 진행하는 공방도 더러 있지만, 그는 가죽공예의 본질을 잊지 않는 길을 택했다. 수강생들과 ‘만듦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작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공방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다는 김진규 대표. 수강생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늘 진중한 이유다. “작가들이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해요. 작가들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가죽공예 분야도 성장하지 않을까요?”

“조선소에서 일하던 시절에 사고로 동료들을 많이 잃었어요. 그 이후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단순히 돈을 좇는 삶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여러 갈래의 길을 걸어오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김진규 대표. 앞으로도 많은 이들과 교류하며 진심이 담긴 가죽공예 활동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그를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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