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최근 성(性)에 대한 인식이 개방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아직도 성인용품은 한국 사회에서 타인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주제다. 더군다나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경상도 지역에서 성인용품점은 여전히 ‘낯 뜨거운 장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성인용품 전문매장인 ‘핑크하우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김해시 내동 사랑의 거리에 2018년 4월 처음 문을 열었다. 핑크빛 인테리어의 매장 내부로 들어서기 전, 정문에 적힌 짧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교감이란 서로 맞대어 느낀다는 것.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세요. 상대방을 위할 줄 알아야 하고, 때로는 나를 위할 줄도 알아야 해요. 취향이 다를 뿐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밝고 따스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성인용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아기자기한 비주얼의 제품이 가득한 곳. 고객의 취향에 따른 세심한 상담과 더불어 색다른 제품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로 최근 이색 데이트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_정효빈 기자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곳 아닌
말 못 할 고민에 솔루션 제공하는 공간


“누구나 가진 고민일 텐데, 드러내지 못해 곪아버리면 안 되잖아요. 많은 분이 핑크하우스를 방문해 성에 대한 고민을 마음 편하게 털어놓고 해결책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베아테 우제’와 ‘플레져랩’ 같은 성인용품 매장이 길가에 들어서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그 규모나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승배 대표는 보수적인 이곳 김해에서 ‘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보자!’라는 마음으로 핑크하우스의 문을 열었다. 매장의 컨셉, 인테리어, 제품 구성까지 ‘음지’라고 인식되었던 성인용품점의 이미지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쏟았다. 이 대표는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고자 노력하며 그만의 진심으로 핑크하우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이곳을 방문해 그들만의 ‘은밀한’ 고충을 털어놓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얻고 있다.

“성에 대해 많이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지방에서는 보수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성적 욕구는 원초적인 본능임에도 성생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질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많고요. 또, 성생활에 문제를 겪으면서도 이를 보완해줄 제품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고객이 많아 안타까워요. 저는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분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고민을 들어주고,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자격증도 취득해 전문적인 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미국FDA인증’ 받은 안전한 제품
고객의 니즈 반영한 제품 구성




성인용품에 대한 폐쇄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무지와 정확한 성인용품의 사용법을 몰라 각종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온라인상에서 위조품이 판매되는 일도 비일비재해 피해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이 때문에 이승배 대표는 더욱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늘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제품 조사에 쏟고 있다고. 더불어 일반 소비자가 구하기 어려운 제품도 직접 본사와 연락해 제품을 들여오는 등 고객들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대가 20~40만 원 선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의 가격 자체가 진입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핑크하우스에서는 많은 분께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의 제품 위주로 제공하고 있어요. 안전과 위생이 검증된 미국FDA승인 제품, 유기농제품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수익금 일부 유니세프에 기부
성인용품도 생필품처럼 구매하는 문화 형성되길



핑크하우스를 방문한 고객들은 편안한 공간 속에서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이 붐비는 장소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고객들을 위해 사전예약을 통한 1:1 방문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이승배 대표는 핑크하우스 수익금의 일부를 아프리카의 에이즈 감염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뜻깊은 사회환원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성인용품점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을 관련이 깊은 곳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 타지에서 에이즈감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도 성인용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는 자신과 상대방을 위해 성인용품을 찾는 분들이 오히려 건전하고 건강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성인용품도 안전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생활용품처럼 인식이 변화되었으면 합니다. 한순간에 인식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런 공간이 늘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인용품도 마트에서 장을 보듯 자연스럽게 구매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1066]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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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배 핑크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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