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누구나 손쉽게 영상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며 소통의 도구로 이용한다. 하지만 이처럼 영상이 만연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다. 멈춰있는 사진 속에 담긴 순간의 감정들, 되돌려 재생할 수 없는 찰나의 기록이기에 우리는 여전히 사진을 남긴다. 순간적인 장면을 촬영해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을 담아내는 스냅사진 촬영을 선호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터. The Factory 39.5°c는 카메라를 통해 많은 이들의 찬란한 순간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주 주간인물은 The Factory 39.5°c의 사진작가 임민수 대표를 만나 그의 삶을 조명해보았다. _정효빈 기자




“사람이 사랑할 때 가장 뜨거워지는 온도가 39.5°c라고 하더라고요. 사랑으로 충만한 순간들을 사진 속에 담는다는 저의 가치관에 걸맞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The Factory 39.5°c는 웨딩, 데이트, 가족, 우정 스냅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스냅사진 전문 업체다. 임민수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카메라로 무대 위의 가수를 사진 속에 담은 것이 카메라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카메라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몰라 상자에 적힌 사용법을 꼼꼼히 읽으며 한 장 두 장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렌즈의 초점을 맞춰 셔터를 누르고, 필름을 맡겨 사진이 인화되기까지의 기다림. 이 모든 과정이 주는 설렘에 흠뻑 빠진 그는 더욱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정말 갖고 싶던 카메라 가격이 60만 원이었어요. 그만한 돈은 없었지만 어린 시절의 패기였는지, 무작정 현금 30만 원과 주민등록등본을 손에 쥐고 카메라판매점에 찾아갔습니다. 주인아저씨께 나머지 금액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꼭 갚아드리겠다고, 절대 도망 안 가겠다고 몇 시간을 사정했어요.(웃음) 그때 그분이 저의 간절함을 보신 건지 결국 부탁을 들어주셨죠. 이 카메라로 멋진 사진 많이 남기라면서요. 그분께 정말 감사해요.”
이십 대에 접어든 임민수 대표는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일하며 사진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故 김해림 작가. 늘 자신보다 타인이 우선이었던, 항상 넓은 마음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던 그를 존경하며 닮고 싶었다고. 임 대표는 그를 등대 삼아 사진에 더욱 몰두하게 됐지만,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으로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사진을 처음 찍던 것처럼 제 인생도 갈피를 못 잡았던 것 같아요. 당시 함께 일했던 김해림 작가님은 사진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저를 이끌어준 분입니다. 진심으로 존경했던 스승님이자 닮고 싶은 선배였고, 좋은 형이었어요. 생전에 친근하게 형이라고 불러드리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후회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故 김해림 작가를 추억하며 앞으로도 그를 위해 사진을 촬영하겠다고 다짐한 임민수 대표. 그는 반짝이는 감정들을 사진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김 작가의 가치를 39.5°c를 통해 이어가고 있다.


사진 속에 사람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을 때, 사진으로써 진정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임민수 대표. 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묻어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 중이다. “촬영에 임하기 전, 카메라 앞에 선 분들께 꼭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오늘은 사진 찍는 날이 아니라 신나게 웃고 데이트하는 날이라고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특별한 하루를 맞은 이들을 위해 촬영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다는 임 대표. 촬영을 마친 하루의 끝, 무거운 장비를 든 채 홀로 돌아갈 때는 말로 표현 못 할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사진에 만족하는 이들을 보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며 웃어 보였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영정사진이 없어 아주 오래된 사진을 썼었어요. 그 당시에도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영정도 찍어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에 남은 후회 때문일까, 그는 앞으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영정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보고 싶다고. 더불어 다문화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워 가족사진조차도 남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촬영을 진행해보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물건은 쓸수록 닳지만, 감정은 쓸수록 는다고 했던가. 임 대표는 끝으로 많은 이들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자신처럼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에 후회하지 않기를 바랐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살아가길 바라요.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순간순간의 사랑하는 마음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표현하다 보면 감정이 더욱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전 앞으로도 그런 감정들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사람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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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단 한 번의 순간, 그 눈부신 찰나의 기록 - 임민수 The Factory 39.5°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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