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시끌벅적한 금요일 오전의 학교. 예정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교장실을 찾아 헤매던 중 복도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중년 남성과 마주쳤다. ‘전교생이 학교 조회 때 멀찍이 서서 보던 분’이 곧 교장선생님이라 여기며 자라온 기자가 ‘설마 저분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때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로부터 “기자님 되십니까?”라는 물음이 들려왔다. 따뜻하고 덕망 있는 교육자, 최진호 교장과의 첫 대면이었다.
 _정효빈 기자

“학교 가까이에 위치한 오봉산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다섯 봉우리라는 뜻인 오봉을 교육적인 부분에 접목시켰어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오봉초등학교는 ‘함께 오르는 행복오봉교육’이라는 비전을 추구한다. 2016년 오봉초등학교에 부임한 최진호 교장은 배려와 공감을 확산하는 ‘인성교육’,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창의인재 교육’, 독서, 노래, 운동의 ‘삼위일체 하모니 교육’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로 교내 생태체험실을 운영하며 전교생을 대상으로 생태체험실 체험활동, 곤충표본관찰 및 사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과 생명존중 사상을 기르고 환경 보존의식을 함양하고자 한다. 최 교장은 2016년 4년 임기의 공모교장으로 선출되며 이 같은 계획을 세웠다.
오봉초등학교의 생태체험실은 특별하다. 체험실 내 수많은 곤충표본은 최 교장과 오봉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채집한 것들이다. 아이들이 채집한 곤충을 그가 직접 말리고 모양을 잡아 표본을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 식물과 곤충에 관심이 많아 생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모아두었던 곤충 표본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학교에 비치해 학생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체험실 내 곤충표본 아래에는 ‘4-2 ㅇㅇㅇ’처럼 채집한 학생의 이름이 함께 붙어있어요. 직접 잡은 곤충들이 체험관에 있으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뿌듯해합니다. 졸업 후에 모교를 방문해 보면 추억이 되기도 하고요.”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 옥상에서 도시양봉사업을 진행 중인 것. 오봉초등학교 내 특수학급의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양산시 사회적 육성기업 공모에 신청한 것이 1등으로 선정되어 사업 지원을 받게 됐다. 이에 최진호 교장이 학교의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제안했다. 오봉초등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타 학교의 학생들도 방문해 양봉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 이 도시양봉사업을 진행 중인 ‘비컴프렌즈’에서는 꿀이 함유된 천연비누와 학생들이 직접 꾸민 카드를 판매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봉초등학교의 오봉드림오케스트라는 1년에 두 번 등굣길 오케스트라를 연다. 학생들은 피곤한 등굣길에 관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또한, 최 교장은 오봉드림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음악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꼭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을 앞에서 연주해보는 경험과 과정 자체가 큰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등반대회, 독수리 및 겨울 철새 탐조 등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등굣길 교통봉사를 하거나 학교 운영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여름에는 시원한 차를,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직접 내려 배달하곤 한다. “학교 운영은 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많은 분들이 있으시죠. 그분들에게 이렇게라도 작지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적극적인 최 교장 때문일까. 오봉초등학교는 매년 시행되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생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던 그는 아이들도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어느 날,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꿈과 관련된 것들을 언제까지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또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는 뜻도 밝혔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도 허투루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관심 있게 지켜보면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고 그 나름대로 삶이 있어요. 또 어릴 적부터 자연에 관심을 갖다 보면 그 아이들 중 일부는 훌륭한 생물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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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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