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드르륵~ 드드륵’ 101세 박금조 할머니의 낡고 오래된 재봉틀은 멈추는 날이 없었다. 무더위에 지친 손녀, 손자를 위해 밤새 조각천을 이어 만든 인견이불. 무더위가 와도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인견 이불만 있으면 걱정이 없었다. 이렇게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만든 우리 인견. 그 자연을 담은 건강함과 멋을 이어받는 것이 지금의 경주인견이다. _박미희 기자

손영희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무더위에 지친 손녀 손자를 위해 조각보를 이어 인견이불을 지으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정성과 솜씨를 닮은 그녀가 인견의 실용성과 쾌적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녀가 만든 경주인견은 지역에서보다 서울·수도권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다. 우수한 품질로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삼성웰스스토리(VIP 선물, 추석명인 선물), 교보문고, 카카오톡, HMALL 등 유명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고 외교통상부 바자회 작품(2008년-2015년)으로 초청됐다. 또한 2013년 자체 브랜드 하늘연을 런칭해, 경주인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인견하면 풍기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풍기인견은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인견의 시작이 경주와 영주에서 동시에 시작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 “1940년대 인견의 시작이 경주와 영주에서 동시에 이뤄졌다는 걸 저도 뒤늦게 알았어요. 양반문화가 자리한 문화적 특색과 천연소재를 얻기 쉬운 지리적 특색이 있는 두 지역에서 시작이 되었죠. 하지만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브랜드로 키워낸 영주와 달리 경주는 그 가치를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오늘날 인견은 건강한 천연섬유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인견은 가볍고 시원하며 몸에 붙지 않아, 통풍이 잘 되어 땀띠가 예방된다. 더불어 땀 흡수력이 높아 정전기가 나지 않고 몸에 닿는 촉감이 좋다. 무엇보다 자연섬유라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민감한 피부에도 좋은 건강 섬유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자연섬유인 모시, 삼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더욱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견의 우수성이 알려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수도권에 진출해 대중들에게 인견의 우수성을 알린 브랜드가 바로 경주인견이다. 우연한 계기로 경주인견의 제품이 서울 신세계 백화점 MD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 “처음부터 사업을 하려고 계획한 것이 아니었어요. 예전에 저희 정원이 예뻐서 사진 찍으러 들어온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느 날 어머니가 지어준 인견이불을 덮고 정원에 있는데 한분이 인견이불을 보고 아주 감탄을 하고 가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분이 서울 신세계 백화점 MD분이었어요. 가족 여행으로 경주에 왔다가 우연히 어머니의 인견이불을 보고 깜짝 놀라신거죠. 그렇게 헤어지고 6개월 만에 ‘서울 신세계 백화점에 인견제품을 납품할 수 있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때는 백화점에 인견 제품이 들어간다는 걸 상상도 못하던 때였어요. 인견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할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바로 ‘해보겠다’라고 대답했죠(웃음).”

그렇게 그녀는 경주에 솜씨 좋은 사람들을 불러 어머니와 인견 이불과 옷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한땀 한땀 정성스레 만든 제품은 서울 백화점에 올라가자마자 불티나게 팔렸고 백화점 측에서도 놀랄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저도 놀랐어요. 정말 인견 제품을 몰라서 그렇지 한번이라도 저희 제품을 본 분들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인견이라는 좋은 자연섬유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견은 좋은 자연소재지만 구김이 잘 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타 업체는 폴리에스테르나 다른 섬유와 혼방을 해 구김을 덜 가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주인견은 인견 100% 로 만든 제품만 고집하고 있다. 15년 전 처음 했던 약속, 그대로 그 초심을 지키고 있는 것. 이런 신념은 저가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진 경쟁업체가 시장에 들어왔을 때도 한결같이 지켜졌다.
“오죽하면 손님한테 ‘빨리 떨어져야 다시 이불을 사지 않겠냐’는 퉁을 듣기도해요(웃음). 10년 전에 산 누비이불이 어디 하나 해지지 않고 그대로인 이유는 꼰사실을 쓰기 때문이에요. 보통 인견 제품은 실 하나로 만드는데, 저희는 실을 두 번 꼬아(꼰사실) 제품을 만들어요. 그래서 저희 원단은 실이 많이 들어가서 타사 제품에 비해 무게감이 있어요. 이렇게 꼰사실을 쓰면 비용은 많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도 잘 뜯어지지 않고,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품질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100% 반품 정책을 통해 철저한 품질을 보증하고 있는 것. 또한 이곳은 경쟁력 있는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와 협엽을 통해 경주인견만의 고급스럽고 은은한 색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 “오티스타는 자폐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 만든 사회적 기업이에요. 오티스타의 디자인을 이용해서 유아용, 성인용 이불과 제품을 만들어요. 디자인의 저작권 및 홀로그램 인증을 통해 희소성을 확보했죠.”
그리고 경주인견은 수익의 일정액을 오티스타에 기부해 자폐인 및 해외 결식아동 돕기에 기부를 하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경주인견은 올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 우리 인견의 우수성을 알린 것. 올해 말레시아 수출을 성사했고 곧 미국, 중동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2016년 매직어드벤처 (홍당무: KBS 2016.9 방영)에 캐릭터 인견 계약을 통해 해외시장에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또한 앞으로 면세점 입점을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인견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이다.


끝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자신이 가진 투철한 신념과 장인정신에 대해 말했다. “경주인견이 15년 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한결같은 정직한 품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경주인견의 정신, 그 장인정신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 브랜드. 큰 가능성을 지닌 경주인견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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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기자-주간인물(weeklypeople)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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