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저열량 고단백 식품으로 원기회복에 좋은 대구는 담백하며 시원한 맛을 내 탕이나 전으로 많이 이용된다. 그런데 대구 대가리를 이용해 튀김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이미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고유의 특색과 맛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짱큰대구대가리’. 본점인 대구를 비롯해 현재는 포항과 구미에서도 많은 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며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대구 대가리를 이용한 튀김이 생소한 만큼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을 터. 더욱이 짱큰대구대가리의 시작에는 조금 남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해서 주간인물이 찾아가 보았다.  _정주연 기자

“사장님, 여기 대가리 하나요.” 여기저기서 주문을 하는데 모두 ‘대가리’를 외친다. 대구 대가리를 이용한 튀김이 주메뉴인 이곳에서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흔한 주문방법이다. “처음 상호를 정하고 메뉴 이름을 정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동물이나 생선에는 대가리라는 표현이 맞는데도 어감이 조금 남다르니까요. 그런데 손님들에게 기억되기도 쉽고 저희 메뉴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짱큰대구대가리’로 이름을 짓고, 메뉴에도 여타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어요.” 처음 가게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말할 때면 부끄러워 말을 흐리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네의 명소라 ‘짱큰’이라고만해도 상대방이 먼저 “짱큰대구대가리요?”하며 알아챈다고.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가게도 확장하고 가맹사업도 시작했지만 그 시작은 절박함이었다.


생계를 위한 마지막 도전
대구 대가리 튀김을 만들어내다



그녀에게 ‘짱큰대구대가리’는 생계를 위한 마지막 도전이었다. 지금은 ‘사장님’ 소리가 너무 친숙하지만 예전에는 ‘사모님’소리가 더 익숙했다는 김기란 대표는 10년 넘게 전업주부생활을 했다. 사업을 크게 하던 남편 덕분에 쇼핑과 여가로 시절을 보냈지만 인생은 한길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남편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가세가 기울고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게 변했어요. 화장품 영업직을 시작해서 초고속 승진으로 포상 해외여행도 가고 화려한 삶이 이어지는 듯했는데 속은 아니었어요.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만큼 힘든 시간이 이어졌죠. 그러다 우연히 생선 대가리 튀김을 먹었는데 뭔가 번뜩하면서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어요.” 우연히 맛본 생선 대가리 튀김은 치킨보다 담백했고, 바삭하게 익은 지느러미와 잔뼈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생선 종류나 튀기는 방법을 연구하다 다른 생선에 비해 살이 많고 지방이 적은 대구 대가리를 튀겨보았는데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평소 술을 즐기며 맛있는 안주를 많이 접해보았기에 대구 대가리 튀김의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에게는 단순히 새로운 튀김의 발견이 아닌 생계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겠다는 신호탄이 울리는 순간이었다.


밤이면 유동인구도 적었던 주택가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이게 되다


술안주로 제격인 아이템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로 가게를 열어야 했지만 초기 자금이 그리 넉넉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는 반응이었어요(웃음). 밤이면 주위에 문연 상점도 하나 없어 깜깜하고, 주택가다 보니 유동인구도 적어 장사가 될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자신 있었어요.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대구 대가리 튀김이었기에 선뜻 손님들이 들어오지 못 했다. 하지만 한 번 와서 먹어본 손님들이 또 다른 손님을 데리고 오기 시작하며 조금씩 입소문이 퍼져나갔고, 독특한 아이템으로 인해 방송을 타게 되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차를 하려는 손님, 기다리는 손님, 술을 즐기고 가게를 떠나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해지며 동네 주민들에게 연신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다녀야 할 정도가 된 것이다. “동네 주민분들에게 많이 죄송했죠. 밤마다 사람들이 몰려 들다 보니 여러 문제들이 생겨났어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가게를 이전할까도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여기서 가게를 확장하고 짱큰대구대가리 본점으로 자리를 확실히 다지기로 했어요.”



손님들 말에 항상 귀 기울이며
발전을 거듭하다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고 기름기가 없는 대구 대가리 튀김은 물리지도 않고 중독성이 강해 손님들에게는 물론 일하는 직원들도 며칠에 한 번씩은 찾는다고. “기름 냄새를 계속 맡으며 튀김요리를 하다 보니 물릴 만도 한데 오히려 저도 그렇고 직원들이 먼저 찾아요. 그런데 이렇게 담백하고 기름기도 적어진 데는 손님들의 피드백이 결정적 역할을 했어요.” 포장을 해갔던 손님이 집에 가서 보니 바닥에 기름이 흥건했다고 말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고민에 빠졌던 그는 털어도 보고 눌러도 보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결국 짱큰대구대가리만의 노하우를 만들어내며 바삭한 맛이 유지되는 지금의 상태로 업그레이드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생선 손질에서부터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을 빼는 과정을 지금도 손수 하며 항시 손님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김기란 대표. 유달리 더웠던 올여름 산소 호흡기를 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열기로 가득 찬 주방에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를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고유의 맛에 대한 자부심
가업으로 이어 대구 대가리 튀김의
대중화에 앞장서고파


대구를 시작으로 포항과 구미까지 조금씩 짱큰대구대가리 튀김을 맛 볼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가맹점을 내주지는 않는다고. “워낙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에요. 가공을 해서 납품을 하게 되면 그 고유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손질에서부터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는 과정까지 손수 해야 하는데 나름의 절실함과 절박함이 없으면 하기 힘들어요. 가맹을 시작하려 하시는 분들은 꼭 주방에서 일정 시간 동안 일을 배우고 터득하게 하고, 직접 한다는 분에게만 가맹점을 내드리고 있어요.” 처음 지인에게 비법을 전수해주었다가 말도 없이 가게를 오픈해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수제 비법을 알려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김기란 대표. 조금 더 대중화된 음식으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다는 그는 가업으로 이어가며 현재 짱큰대구대가리가 위치한 골목이 대구대가리튀김골목으로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화려한 옷을 입지도 화장을 하고 꾸미지도 못 하지만 지금이 인생에 있어 가장 활력이 돋고 빛나는 순간이라고 웃는 김기란 대표. “요즘은 시장을 가도 식당을 가도 눈이 반짝반짝해요. 이건 어떻게 요리를 하면 맛있을까, 어떤 재료가 들어간 걸까 생각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게 돼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오르막과 내리막은 항시 존재하는 법. 하지만 그 내리막을 딛고 다시금 일어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힘든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만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해 이렇게 활기 넘치는 인생을 살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기란 대표. 그의 미소에 묻어나는 긍정의 에너지야말로 그가 인생의 제2막을 열고 짱큰대구대가리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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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주연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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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큰대구대가리-인생의 제2막을 열게 해, 이제는 가업으로 이어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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