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지난 31일 울산 스포츠과학고등학교 카누팀 지도교사, 임호순 전 울산카누연맹 부회장이 제10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당선됐다. 선수·지도자·심판·임원 등 4개군 116명의 선거인 중 99명이 투표에 나섰고, 임 회장 당선인은 50표를 받아 이운룡 전 국회의원을 1표차로 제치고 회장에 올랐다. 울산 경기단체장에서 중앙경기단체 회장이 나온 것은 최초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_박미희 기자


체육 꿈나무를 키우는 울산스포츠과학고등학교, 그곳에서 만난 임호순 회장은 여전히 선수들을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카누 국가대표 선수로, 88서울올림픽, 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의 국가대표를 지도한 지도자로 울산카누연맹 부회장, 대한카누연맹 전무이사로 폭 넓은 활동을 해온 사람. 그에겐 언제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번 제10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당선되며, 다시금 최초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한국 카누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와 인연이 닿았을 법하다. 그는 선수로, 지도자로 살아온 세월만큼 한국 카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이렇게 카누인들의 애로점을 잘 아는 그가 회장에 당선되는 일이 당연한 듯하지만, 한편으론 특별한 일이 된 것은 한국 경기단체의 현실을 잘 반영해준다. 이번 선거의 의미가 특별한 것은 선수·지도자·심판·임원 등 폭넓은 계층이 선거인단이 참여한 선거라는 점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진정한 지지로 제10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으로 당선된 그의 포부는 남달랐다. “소통과 화합을 통해 대한카누연맹의 발전을 이끌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카누의 저변확대,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 국제교류 강화, 국내대회 활성화 등 한국 카누 발전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특히 재정자립을 통해 연맹살림을 더욱 넉넉히 만들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강화훈련 지원 및 국제대회 참가 확대 등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한카누연맹의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임 회장. 이런 그의 모습에서 한국 카누 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카누 발전과 함께 해온 33년
카누인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싶어...




임호순 회장이 카누와 인연을 맺은 건 1983년이다. 때는 1986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종목으로 카누가 한국에 소개되던 초창기. 전도유망한 레슬링 선수였던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는 힘겨운 것이었다. 그때 한국에 막 들어온 카누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이렇게 카누선수로 새 인생을 시작한 그는 카누 선수로서 큰 가능성을 보였다. “카누 국가대표로 서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카누국가대표팀을 지도하던 헝가리 코치가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운동하기엔 너무 늦었고, 차라리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최고의 코칭 기술을 알려 주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헝가리 코치에 앞서 지도를 한 일본인 코치는 절 보고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거든요. 하지만 ‘내 말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헝가리 코치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죠. 그렇게 지도자의 길을 택하게 됐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웃음).”

‘지도자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헝가리 코치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에는 코치로,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는 직접 지휘봉을 잡으며 좋은 성과를 낸 것. 이렇게 국가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그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장래에 대한 고민에 빠진 것. “지금과 달리, 그땐 국가대표팀 지도자라도 거취를 정확하게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때 지금 내게 있는 것은 뭔가 생각해봤어요. 딱 세가지가 남아있더군요. 운전면허자격증, 자도자자격증, 교원자격증. 이 세가지 중에 둘은 썼으니, 이젠 남은 하나를 써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임용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체육 교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1996년, 카누의 불모지였던 울산으로 내려와 최초로 카누팀을 창단하고 재능 있는 학생들을 키워낸 것. 하지만 그의 다짐과 달리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올 9월, 울산스포츠과학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는 이채홍 선생님과 그때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믿고 울산에서 카누팀을 창단했어요. 팀은 만들었는데 선수들이 연습할 카누가 한 대도 없는 거에요. 그래서 사비 1000만원을 들여 카누 5대를 샀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구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장난삼아 밟아서 3대가 부셔져 버렸어요. 남은 2대의 카누로 대회 출전을 위해 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이채홍 선생님이 큰 힘이 돼주셨어요. 다시 카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셨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봐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카누를 띄우고 훈련할 훈련장소가 없어 정말 고생했습니다. 울산에서 카누를 연습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대암댐인데 공업용수, 생활용수 전용댐이라 쉽게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카누를 타면 수질이 오염된다는 잘못된 인식도 많았죠. 그래서 수자원 공사를 여러 번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 허가를 얻어냈습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선수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게 참 대견했어요(웃음). 지금도 그때 나를 믿고 카누를 시작했던 학생들이 국가대표를 비롯하여 실업팀의 현역선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카누 지도자로 훌륭한 길을 걸어온 임호순 회장. 이후 그는 울산카누연맹 부회장, 대한카누연맹 전무이사로 활동하며 폭 넓은 활동을 했다. 제10대 대한카누연맹 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앞으로 한국 카누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연맹의 화합과 소통을 통해, 한국 카누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카누인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997]

[주간인물(weekyl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임호순 대한카누연맹 회장 / 울산 스포츠과학고등학교 카누팀 지도교사 / 前 울산카누연맹 부회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