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김민영 경주식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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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밤은 달콤하다. 

천년의 고도, 경주. 젊음의 거리에는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추억으로 쌓인다. 어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아름다운 경주를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경주의 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주가들의 애처로운 바람을 들어준 경주의 술이 출시돼 화제다. 경주의 특산물, 체리를 사용, 가양주의 전통대로 술을 빚은 ‘깁모어 막걸리 체리’가 그 주인공이다. 경주 황오동에 양조장을 두고 경주 특산물로 술을 빚는 양조가, 김민영 대표를 만났다. _박미희 기자

 

김민영 대표는 술 빚는 일에 미친 젊은 양조가다. 전통과 옛것의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양조를 시작하는 그는 소믈리에 협회 공인 소믈리에, 전통주 제조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다. 


장인 정신으로 전통주를 빚는 젊은 양조가, 그가 우리 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지금껏 양조가들 사이에서 ‘가업을 잇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님도 양조장을 운영하지 않고 집안에서 술을 빚는 사람도 없어요. 저도 양조가가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저도 요즘 청년들처럼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방위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외로울 때면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그때 처음 막걸리 맛에 눈뜨게 됐죠. 예전부터 전통과 옛것의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사랑하던 사람인지라, 우리 술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유튜브와 온라인을 통해 독학으로 기초적인 양조를 배웠고요. 소믈리에, 전통주 제조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습니다. 이후 경기도 양주에 있는 우리 술 이야기의 김진희 선생님을 찾아 양조가의 마음가짐과 양조기술을 사사 받았습니다. 5년간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계속했어요.”


2022년 경주에서 경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경주 황오동에 양조장을 두고 지역 특산물로 술을 빚고 있다. 개성 있는 사명에서부터 젊은 창업정신을 읽을 수 있다. “한글 그대로 ‘경주식’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한자로 놀랄 ‘경(驚)’, 술 ‘주(酒)’, 밥 ‘식(食)’을 더 해 경주식 즉 ‘깜짝 놀랄 술과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경주라는 로컬에서도 많은 청년이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로컬 크리에이터기도 한 김 대표는 올해, 경주의 특산물인 체리를 주재료로 사용한 ‘깁모어 막걸리 체리’를 출시했다. 경주는 체리를 재배한 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국내 최대의 체리 생산지다. 그런데도 체리가 경주 특산물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실정이다. 그는 가양주의 전통을 잇고 체리 농가들과 협력해 지역 특산물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상품을 기획,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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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출신, 신가은 이사가 디자인한 젊고 감각적인 상품 디자인

 

 

수확한 체리를 보관해 연중 내내 술을 빚어 판매할 수도 있지만, 올해 5, 6월에 수확한 체리만을 사용해 술을 빚었다. 전통주에 사용되는 과실의 비중은 20% 남짓. 과실 사용하는 전통주의 함량은 대부분 그보다 낮지만, 이 술은 체리 20%를 가득 담았다. 그마저도 씨앗을 빼고 과육으로 즙을 내어 향긋한 체리의 향과 맛을 그대로 담았다. 아스타 팜 같은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고 경주 삼광 쌀과 맑은 물, 전통 누룩 등을 사용해 빚은 이양주다. 한 달 이상, 천천히 발효해 쌀의 단맛과 향긋한 과실향을 살렸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도 5개월로 길다. 


전통주지만 여름의 청량감을 표현한 샴페인 막걸리라 가볍게 한잔 즐기기 좋다. 신가은 이사가 디자인한 젊고 감각적인 상품 디자인도 돋보인다. 이번 시즌에는 500병 한정 생산을 했고 현재는 SNS와 입소문을 통해 화제가 되면서 완판됐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황오동 양조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젊은 양조가의 열정으로 빚은 술의 맛은 어떨까. 술잔을 입에 대기 전부터 향긋한 체리향이 코끝을 스친다. 첫 모금에 상큼한 체리향과 향긋한 과실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잘 발효된 백미의 구수한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 달콤한 체리 맛, 그리고 적절한 바디감과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뒷맛까지…. 그야말로 미각을 깨우는 놀라운 술맛이다. 

맛있는 술은 땀으로 빚어진다. 장인 정신으로 가양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하고 있는 그는 술을 빚을 때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며 모든 공정에 정성을 기울인다. 양조장 규모를 확장해, 앞으로 전통 방식 그대로 항아리에 술을 빚어 내놓을 계획이다. 술맛은 이미 지극한 양조가의 정성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종류의 술을 빚지 말고 오로지 한 종류의 술을 만 번 이상 빚어라. 그러면 남에게 술을 내놓았을 때, 덧붙이는 뒷말이 짧아질 것이다’라는 김진희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오로지 막걸리 빚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 술이 가장 맛있다고 자부할 수는 없어요. 2~30년이 지나서야, 제 평생에 가장 맛있는 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죠. 평생의 업으로 삼고 정진해야 할 길이기에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바로 가자는 게 제 신조예요.”


체리를 시작으로 시즌마다 신라향, 멜론, 토마토 등 경주 특산물을 사용한 전통주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주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만들겠다는 게 포부다. 이를 통해 지역의 활력이 되는 청년들의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단기적으로는 법인화가 목표이고요. 장기적으로는 농가와 함께 경주에서 양조에 적합한 쌀을 재배할 계획입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경주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전통주를 모티브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에요. 전통주에 국한되지 않고 로컬을 주제로 재밌고 놀라운 F&B 콘텐츠를 기획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로컬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웃음)!”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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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김민영 대표와 신가은 이사





주간인물(weeklypeople)-김유미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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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상큼한 경주 체리로 빚은 경주식 전통주, 색다른 식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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