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약속이 있을 때,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혹은 차가운 칼바람, 더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카페라는 곳을 찾는다. 그래서 카페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마실거리,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콘셉트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것.
부산 젊음의 거리 중 한 곳인 장전동 부산대 인근에서 손님과 소통하며 진정한 아지트로 거듭나고 있는 한 빈티지카페의 소녀 같은 주인장을 만나보았다. _구아리 기자


빈티지콜렉터의 행복충전소
커피와 술이 공존하는 아지트



카페에 들어서자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 큰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져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옛날에 사용했을법한 다양한 전화기와 타자기, 그리고 입구에 나란히 걸려있는 한 포토그래퍼의 엽서들은 이곳을 더욱 멋스럽게 꾸며준다.
주인장의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여느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확실한 이곳은 겨자동831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빈티지한 물건들이 가득한데 이 많은 것들을 어디서 모아다 두었는지 궁금해져 이곳의 주인장인 박정진 대표에게 질문했다.

“어렸을 때부터 모으는 것을 좋아했어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죠. 언젠가는 다 쓰일 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 물건에 저만의 스타일을 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면 제 역사와 행복함이 묻어나게 되죠.”
그녀는 빈티지 제품은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것 같은 편안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빈티지 소품들을 보며 신기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소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그 역사를 알려줄 때 보람을 느낀다는 박 대표.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결혼 후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 캐나다, 뉴욕에서 거주하며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로 열심히 살아왔다. 오랜기간 타지생활을 하는 동안 외로울 때는 책방이나 카페에 자주 갔었는데 손님과 사장이 교감하며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과 그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고.
그래서 그녀도 한국에 귀국하면 고향인 부산, 특히 젊은이들의 성지인 장소에 재밌는 공간이자 아지트 겸 창구를 만드는 것을 로망으로 삼았다고 한다. 마침내 한국으로 귀국한 박 대표는 주황동831을 오픈하고 그 후 2년 되던 날, 겨자동831을 오픈했다. 주황동은 부산대 번화가에서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 펍&카페다.
 “주황동을 시작할 때는 정말 모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거한 술과 푸짐한 안주보다는 적당한 술과 가벼운 안주, 특히나 술을 못 먹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커피와 디저트로 충분히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저의 취지에 맞게 점점 변화하고 계신 것 같아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웃음)”




주황동, 겨자동에 이은 하늘동, 카키동 등 오픈 구상
예술가들이 머물기 좋은 곳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라는 박 대표는 매일 15시간씩 일하고 매시간 손에 물을 묻히다보니 손이 까지고 아파도 ‘내가 행복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비즈니스에 치중하기보다는 아트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적 성공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작하면서 5년 동안은 통장잔고가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리라 다짐했어요. 내가 즐겨야 남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고, 내가 원하고 꿈꿔왔던 보따리를 펼쳤을 때 일부의 마니아층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두 딸들 교육에 있어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제대로 하라’고 가르쳐왔어요. 적당하게 풀어주지만, 엄격함은 지켰죠. 일단 직접 경험해서 부딪혀보라고 해요.그래서 결과가 뿌듯하고 과정이 행복했는지를 볼 수 있게 해주죠.”
부모가 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박 대표는 인간으로서, 엄마로서 존경받는 여성이 되고싶다며 아이들에게도 꾸준히 영감을 주는 멋진 엄마의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주황동, 겨자동에 이어 하늘동, 카키동, 블랙동 등 컬러별 테마를 꿈꾼다.
크고 멋진 공간보다는 재미있고 소소한 공간으로 같이 만들어나가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그녀는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주며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해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카페 그 이상의 문화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꿈꿔왔어요.”

날이 선선해지는 봄, 여름에는 옥상에서 라이브콘서트와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상영해주는 겨자동831. 다가오는 올 봄이 더욱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주간인물(weeklypeople)-구아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꿈에 컬러를 입히다-빈티지와 감성이 어우러지는 곳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