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속기사란 ‘컴퓨터 속기를 활용하여 속기법으로 빠르게 기록하는 일에 종사하는 자’이다. 속기사는 정확한 기록을 위해 말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과 분위기, 말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정교하면서도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진주속기사무소 이도식 대표는 고향인 진주에서 3년째 간담회, 회의, 법적 분쟁 등 여러 분야에서 진주 시민들의 의뢰를 받으며 곁을 지키고 있다. 누구보다 속기에 진심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모습에 취재진은 감명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열정 넘치는 모습을 소개한다. _박경훈 기자

그는 공대생이었다. 속기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전공으로 대학 시절을 보낸 후 현장실습을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꼈다.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다른 일을 찾던 중 속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평소에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경청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듣는 것을 즐겨해 관련 직종을 찾다 보니 속기사라는 직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길로 속기를 시작하게 된 이 대표는 그 후 자격증 시험에 합격, 서울에서 업무에 관해 배우다 3년 전 경남 진주로 거처를 옮겼다.
속기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우선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일반 키보드가 아닌 세벌식 속기 전용 키보드를 지참해야 한다. 이름부터 이미 어려울 것 같지만 이 대표는 자격증 시험보다 실무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첫 취업 후 경험을 쌓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시험은 단순히 빠르게 듣고 빠르게 기록을 하면 되지만, 실무 같은 경우는 띄어쓰기, 맞춤법 등 세세한 부분들을 다시 다 배우게 됩니다.”

속기사도 수사, 법원,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며 나뉘게 된다. 요즘은 AI 속기사나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다루는 데이터 전문속기사도 미래 유망직종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물론 미래에는 속기사들의 업무가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말투, 호흡, 억양, 사투리까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작업인데, 사람이 하는 것만큼 정교하게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웃음).”

실무에 투입되게 되면 각종 회의록, 이사회, 주주총회 등의 녹음본을 속기한다. 여러 의뢰가 들어오지만, 보편적인 내용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라고.

“구두계약을 했는데 말이 달라진다거나 언어폭력, 상간 등 주로 싸우는 내용이 많습니다. 제 의지와 관계없이 안 좋은 말들을 어쩔 수 없이 많이 듣게 되죠. 어떤 의뢰인은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욕설은 적지 말아 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경우 또 다른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또 말하는 도중 잡음이 섞일 수도 있고 말이 겹칠 수도 있습니다. 녹음본의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의뢰인을 위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안 들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다 듣고 기록합니다. 하나의 결과물, 한 명의 의뢰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힘든 과정이 존재하지만, 그 과정을 넘겼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런 의뢰들은 대개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 문의를 하게 되는데 그 비용은 어떨까. 진주속기사무소가 가진 강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전국 최저가 수준인데 여기에는 이도식 대표의 철학이 녹아있다. “녹취록을 만드는 게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많이들 생각하세요. 증거물의 필요성은 알지만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만들어야 하나’하고 부담을 느끼시더라고요. 진주로 내려올 준비를 하며 지방사무소의 의뢰 비용을 살펴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놀랐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일할 때 비용 그대로 내려왔습니다. 전국최저가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부담없이 의뢰해주세요(웃음).”

속기사무소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았던 뜻깊은 일에 관해 묻자, 지난 8년의 세월을 회상하는 그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속기사가 되고 처음 일했던 곳이 서울에 위치한 자막 방송센터였습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있는 자막모드를 키면 나오는 자막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실무교육을 다 수료하고 제가 만든 자막이 처음 생방송에 송출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후에 제 업무에 자신감이 붙어 <MBC스포츠플러스>라는 방송에 캐스터와 진행자의 해설을 속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인터뷰를 진행 중 녹취록 작성을 요청하자 자신 있게 그가 컴퓨터 앞으로 향한다. 그의 신속하고 정확한 작업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그의 근거 있는 자신감과 그를 뒷받침하는 실력 때문일까. 인터뷰 중간 그에게 여러 통의 의뢰 전화가 걸려왔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녹취록을 제공하는 사무소다 보니 의뢰 전화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진주시 법원, 경찰청 인근에 위치한 진주속기사무소 이도식 대표의 건승을 빌어본다. [1121]


이도식 대표가 작업한 녹취록

 

주간인물(weeklypeople)-유경석 부장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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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마음가짐을 가진 공대생, 속기사가 되다, 진주에 자리 잡은 신속∙정확의 대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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