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고급요리로만 인식되던 복어요리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탈바꿈시킨 박명선 해금강 대표. ‘백년대계를 이어갈 것을 다짐하며 요식업에 발을 들였다’는 박 대표가 대구에 터를 잡고 요리를 해온 세월만 40년이 넘는다고 하니, 새삼 참으로 많은 이들이 그의 정성이 담긴 요리를 맛보았음이 와 닿는다.

“복어 하나만으로도 다채로운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식당을 처음 열었던 당시엔 복어탕 같은 숙취 속풀이용 복요리가 대부분이었는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복요리를 만들고 싶었죠. 대구분들이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셔서 영양이 가미된 ‘복어샤브샤브전골’을 출시하게 됐는데, 손님들이 너무나 좋아해주시고 맛있다고 입소문을 내주셨어요. 그 메뉴 하나가 해금강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큰 힘이 됐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했던 박명선 대표의 의지는 해금강이 지역 대표 복요리전문점으로 오랜 세월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발전할 수 없다’고 믿었던 그는 가게가 매일같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때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대중적인 복요리에 비즈니스·상견례용 고급 상차림을 추가하며 다채로운 메뉴 구성을 완성시켰다. 이후로도 외식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이어가던 박 대표는 해외 견학을 다녀온 후 ‘해금강을 대를 잇는 식당으로 만들어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현재 해금강은 박명선 대표와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세 자녀들이 운영을 함께하고 있다.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화합 역시 오래도록 사랑받는 외식장소에서 빠져선 안 될 중요한 요소라 강조하는 박 대표. 그는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들이 편안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오랜 노력을 기울였다.

“손님을 마주하는 매 순간이 최고의 순간입니다. ‘항상 맛있게 잘 먹고 간다’라는 말을 들을 때 엔돌핀이 돌고 사는 맛이 나요. 한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으니 10년 만에 방문해주신 손님들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시기도 하고, 이런 게 큰 기쁨이지요(웃음). 음식과 서비스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손님들이 꾸준히 발걸음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외식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는데,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진 영혼 없는 음식이 소비자들에게 오래 기억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해금강은 언제나 변함없는 정성으로 건강한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해금강에서 맛볼 수 있는 갈치식해는 음식 하나에 들이는 박명선 대표의 아낌없는 정성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다. 해금강의 갈치식해는 다양한 전통팔도음식을 연구하던 박 대표가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인 가자미식해를 변형시켜 만든 것으로, 생선을 토막 쳐 소금과 밥을 섞어 발효시켜야 하기에 손질부터 발효까지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열 달 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맛이 나오기 때문에 한 해 동안 판매할 양을 무 맛이 좋은 가을철에 전부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손질해야 하는 갈치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갈치식해 하나를 위해 육고기 절단용 기계도 가게 내부에 마련해놓았단다.
“체계적으로 역할이 분담된 주방을 이끌어갈 때면, 마치 제가 전쟁터를 진두지휘하는 장군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웃음). 가게를 하루빨리 자리잡게 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들던 순간들이 참 즐거웠어요. 그때의 마음가짐과 열정을 앞으로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언가에 40년이 넘는 세월을 바친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 정통했다고 보아도 모자라지 않을 터. 하지만 박명선 대표에게 만족이란 없는 단어다.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외식업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는 박 대표. 그는 끝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외식업계는 물론 소비자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외식업에 AI를 접목해 사람이 직접적으로 들이는 힘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식당 운영을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홀로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정갈한 1인 상차림도 더욱더 신경 써 준비해야겠지요. 변화하지 않고서는 이제 어떤 산업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기후도, 정세도 변하는데 외식업계 역시 새로운 메뉴로 가게를 지킬 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제 목표는 대구의 관문에 자리하고 있는 해금강을 전국에서 인정해주는 식당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복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해금강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겠습니다.” [1116]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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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 선정! 백년대계를 이어갈 복어名家,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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