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버스를 타고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논밭을 지나다보면 울타리 위로 높게 뻗어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그 곳은 바로 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54에 위치한 밀양의 분재식물원, ‘꿈의 정원’.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밖에선 보이지 않던 푸른 정원이 펼쳐진다. 풍성한 나무들 사이로 이헌만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간인물은 꽃과 나무로 한정되어있는 보편적인 식물원의 개념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동물체험, 도자기체험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꿈의 정원 이헌만 대표를 만나보았다. _박새얀 기자


6만 6000㎡ 규모를 자랑하는 꿈의 정원에는 300여종 이상의 나무와 꽃, 풀들이 자라나고 있다. 이헌만 대표가 10년 동안 손수 재배하고 수집한 식물들이다. 이 대표는 10년을 함께하고 있는 식물들을 하나하나씩 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보통 분재는 철사로 굴곡을 잡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무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살리고자 철사를 사용하지 않고 가위로 자연스럽게 다듬어 줍니다.”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이 대표의 정원 철학이 돋보였다.
500년 된 느릅나무 앞에 멈춰선 이 대표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꿈의 정원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나무라고 한다. 강직하고 올곧게 자리 잡은 뿌리가 500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 누가 아무리 비싼 값에 사간다고 해도 판매 할 생각이 없을 정도입니다(웃음).”그러면서 이 대표는 느릅나무를 본인의 인생에 빗대어 표현했다. “느릅나무는 마치 제가 걸어온 인생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월에 따라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일부러 ‘예쁘게 키워야지’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제 인생에 스며든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의 정원에는 다른 식물원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것들이 많다. 연못에 뜨는 백두산 돌, 사람 모양의 돌, 다섯 가지의 바위를 겹겹이 쌓아 만든 폭포가 그런 것들이다. “그저 식물만 구경하기보다는 희귀한 볼거리들을 제공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표는 ‘어린이 동물 체험 학습관’과 ‘도자기체험관’도 운영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타조, 토끼, 싸움닭, 금계 등 도시에서 보지 못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동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먹이를 주는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활성화 시킨 공간이다. “이제 자라나는 새싹인 어린이들이 동물과 직접 교감을 하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도자기체험관에는 이 대표가 수집한 목각공예품과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어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름 넣은 칭찬글

밀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대표는 서울로 상경해 실내인테리어 사업을 했었다. 하지만 IMF 위기와 건강 악화로 인해 밀양으로 귀향해 ‘꿈의 정원’을 꾸렸다. 평소 꽃과 나무를 좋아해서 각종의 식물을 키우는 것을 취미로 했던 이 대표. 그러다 문득 ‘내 고향 밀양에 자연을 담은 관광자원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 하나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원에 놓을 식물들을 탐색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 때를 회상하던 이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연히 붉은병꽃나무를 보고 정원에 꼭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곳 저 곳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판매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저는 얼마가 들더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결국 제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건지 붉은병꽃나무를 무료로 기증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제 기억 속 가장 뿌듯했던 날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방문객들을 위해 꿈의 정원의 체험 서비스를 더욱 확충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기획하고 있는 것이 바로 130평대의 ‘한우 판매, 체험장 소달구지’이다. 그 중 30평은 농산물, 100평은 한우 체험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송아지 탄생 과정부터 시작해 부위별 특징, 식감, 전시 체험을 열고 한우를 식사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입니다.” 한우를 구입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한우 값 외에 모든 식사 값은 무료라고 하니 좋은 가성비로 즐기기에 적합하다.


아리랑 초목회 전삼용 고문, 정수학 자문위원과 함께

사람 모양의 돌

꿈의 정원에는 ‘이름 넣은 칭찬글’이라는 팻말과 함께 조그만 테이블이 놓여있다. 팻말 그대로, 방문객의 이름을 넣어 칭찬을 하는 서예(캘리그라피)를 적어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 ‘이름 넣은 칭찬글’은 아리랑 초목회 정수학 자문위원의 붓 끝에서 탄생한다. 정수학 자문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름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어린이들 이름 한 번 불러주면서 칭찬하고, 이름을 잃은 며느리들, 엄마들의 이름 한 번 불러주는 것에 큰 감동을 받더라고요.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삭막해진 사회 속에서 이름 넣은 칭찬글을 통해 마음이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이 대표는 비영리법인 아리랑 초목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리랑 초목회를 통해 2019년까지 총 7회에 걸쳐 <밀양 야생화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아리랑 초목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초목회의 더 큰 활성화를 꾸리고자 회장으로 자리 하게 되었다고. 그 결과 꿈의 정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레 아리랑 초목회 회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단순히 식물원의 개념을 넘어서서 자연과 동물을 느끼고 접할 수 있는 자연이 묻어나는 복합 공간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의 정원에 오셔서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내는 꿈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나무와 꽃, 생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보였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방문해 꿈 꿀 수 있는 정원으로 더욱 거듭나기를 주간인물이 응원한다. 


타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이 대표

직접 수집한 도자기들

500년 된 느릅나무


[1103]



주간인물(weeklypeople)-박새얀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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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꿈을 꾸는 정원 밀양 분재식물원 ‘꿈의 정원’ 꽃, 나무, 동물, 목각공예품이 공존하는 자연 복합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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