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제23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이태숙 통영 동백공방 대표의 마주르카 그릇이 동상을 차지했다. 이태숙 작가가 만든 마주르카 그릇은 러시아 마주르카 인형(겹겹이 쌓인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실용성과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작품이다. 느티나무로 깎은 백골에 천연옻칠을 하고 꽃을 디자인한 나전칠기를 더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주간인물은 작가의 예술혼을 담은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이태숙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를 담았다. _박미희 기자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中-

시인이 노래한 아름다운 통영.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를 키워냈다. 조선시대 통영에는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했고 군사들에게 물자를 대는 12공방이 있어 예로부터 솜씨 좋기로 이름난 장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옻칠한 그릇이나 가구의 표면 위에 광채나는 야광패(夜光貝)나 전복조개 등의 껍질을 여러가지 문양으로 박아넣어 장식한 나전칠기는 규수들의 안방을 차지하는 귀물이었다. 두 겹의 옷감 사이에 솜을 넣거나 넣지 않은 상태에서 2~3땀씩 직선으로 바느질해 옷감이 따로 놀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누비는 쉽게 헤지지 않아 대를 물렸다.
이렇듯 통영을 대표하는 두 예술기법을 조화롭게 응용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가 바로 이태숙 작가다. 부산이 고향이 이태숙 작가는 원래 대학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한 서양화가다. 삶의 터전으로 통영을 선택한 그녀는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나전칠기와 누비에 매료돼 장인들에게 기술을 배웠다. 통영시 나전칠기 교실에서 교육을 받았고, 패쇄공 박재경 명장에게 영향을 받았다. “통영의 오랜 예술문화의 소산인 나전칠기와 누비에 매력을 느꼈어요. 두 기술을 조화롭게 응용해 처음으로 ‘나천칠기 누비가방’을 만들었어요. 한줄, 한줄 정성을 다해 누빈 가방에 찬란한 나전칠기 공예로 디자인을 더해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가방을 제작했습니다. 처음 나천칠기 누비가방을 만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공예대전에서 입상을 했고, 통영전통공예관에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이태숙 작가는 나전칠기와 누비 작업에 예술혼을 담는 작가다. 오랜시간 한 자세로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 시간을 사랑한다. “옷감을 한줄, 한줄 누빌 때 마치 도를 닦는 것과 같아요.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것, 그것이 곧 누비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천에서 받는 감성과 달리 한줄, 한줄 누빈 누비는 보다 아름다운 작품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누비의 매력이죠(웃음). 수백년 간 내려온 누비의 전통을 잇고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수백년 간 내려온 누비에 영롱하게 빛나는 나전칠기를 더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인내가 필요하다. 백골에 생옻칠을 입혀 베헝겁을 바르고 그 위에 흑칠을 하고 토분과 생옻칠을 더한 고래를 바르고 다시 자개를 놓고 생칠을 한후 갈아내고 광을 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자개를 가늘게 실같이 켜내어 칼끝으로 눌러서 끊어내는 끊음질은 그 자체가 갈고 닦는 인내죠. 오랜시간 인내를 갖고 정성을 드려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이 됩니다. 작품들 모두 내가 쓰는 물건처럼 건강에 좋은 천연옻칠을 하고 있어요. 통영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지닌 나전칠기의 알면 알수록 매력있어요(웃음).”
작품명 「화룡점정」으로 <제43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입상을 「목련의 봄-남태칠기」로 <제44회 대한민국 공예품대전>에서 입상을 <제44회 경상남도공예품대전>에서 동상을, 「나전 액세서리」로 <제18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청바지업사이클링」으로 <제21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백공방은 ‘2020년 경상남도 공예품개발 장려업체’로 지정되었으며 지난 2월에는 전통공예 전승과 보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상남도공예협동조합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마주르카 인형(겹겹이 쌓인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마주르카 그릇으로 <제23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요즘 1인 가구가 늘면서 수납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마주르카 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5개 그릇을 겹겹이 포개서 쌓을 수 있는 느티나무 백골에 천연옻칠을 하고 뚜껑에 꽃을 디자인한 나천칠기 작업을 해 작품성을 더했지요. 통영 전통공예의 뛰어난 심미안과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실용성을 담은 작품입니다.”
그녀의 손길을 닿으면 하얀 백골도 화려한 나전칠기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딱딱한 무생물에 작가의 영감을 담아 생명력을 더 하는 이태숙 작가. 수백년동안 내려온 통영 장인들의 전통을 잇고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이태숙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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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동상 수상! 통영 전통공예의 심미안(審美眼)을 녹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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