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반려인 1,000만 시대에 이르러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사료제조, 반려동물 용품, 동물병원, 미용, 호텔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 장례업도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장례시설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장례시설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인도적인 장례와 이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더소울펫’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주간인물이 더소울펫 김정숙 대표와 특별한 만남을 가져보았다. _정효빈 기자

 

장례지도사 경험으로 시작한 애견장묘업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위하는 장례 진행하고파’


구미시 옥성면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더소울펫’은 구미 내 명당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구미시 추모공원으로 향하는 옆 길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더소울펫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장례식장 주변을 푸른 산과 나무가 둘러싸고 있고, 그 앞으로는 잔잔하게 흐르는 낙동강이 내다보인다. 장례식장 내부로 들어서자 김정숙 대표와 김태우 실장이 밝은 미소로 기자를 반긴다.
김정숙 대표는 더소울펫 운영에 앞서 오랜 기간 장례지도사로 활동해왔다. 그가 한창 장례지도사로 활동할 당시는 여성이 ‘염’을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장례업에 몸담게 된 이유도 생활고로 인한 피치 않은 선택이었다고. 당시 개인적으로도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며 ‘매일 누군가의 슬픔을 마주하는 일이 버겁지는 않았냐’고 묻자 그에게서 ‘죽음을 마주하며 위안을 얻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돌아가신 이들을 보며 오히려 위안을 얻기도 했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고통을 끝내는 것과도 같잖아요. 그래서인지 ‘저 사람들은 편하겠지.’하며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긴 시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며 체력적인 한계도 경험했다. 결국, 이 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자신이 몸담아오던 장례업에서 이어진 또 다른 갈래의 길을 걷는 것을 택했다.

김 대표가 애견 장례식장을 세우기까지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장례식장 설립 허가를 받는 데만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항의에 맞서야만 했다며 김정숙 대표가 당시를 회상했다. “반대 집회를 나온 수많은 사람 앞에 저 혼자 우뚝 서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섭고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과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김태우 실장. 김정숙 대표가 쌓아온 그간의 경험에 김태우 실장의 투자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더소울펫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4년 6개월이라는 기나긴 노력 끝에 힘겹게 문을 열게 된 만큼, 현재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장례는 고인이 아닌 상주를 위한 행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려동물 장례는 정말 떠나가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보호자님들께도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순간을 추억하는 공간을 마련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보호자가 참관하는 장례 진행
소중한 반려동물, 마지막 꽃길을 지나
아프지 않고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더소울펫 추모실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나무와 화사한 꽃길이 펼쳐진 커다란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추모실 내에 아름다운 꽃을 가득 채워놓은 이유도 ‘반려동물이 사후에 새로운 세계, 행복한 장소로 갈 것’이라는 김정숙 대표의 믿음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병이나 노환으로 겪던 고통을 마침내 끝내는 것이니까요. 이번 생에서의 즐거운 소풍을 끝내고 아프지 않고 편안한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더소울펫에서는 상세한 장례절차 안내 상담이 이루어진 후 반려동물을 깨끗이 닦이고 수의를 입혀 관에 눕히는 입관 절차가 진행된다. 이후 개별추모실에서 아이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화장을 진행한다. 김정숙 대표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장례과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에 보호자의 참관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화장이 끝난 유골은 정성스레 수습돼 아늑한 납골당 혹은 수목장으로 안치하거나 소울스톤으로 제작도 가능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세요’라는 사소한 말에 보호자분들이 큰 감동을 받으세요. 무엇이든 자신이 직접 한 것은 위대하고 소중한 법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모든 반려동물을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하게 보내주고 싶다’는 김정숙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자의 마음에도 글로는 전부 담아내지 못할 뭉클함이 마음속에 남았다. 앞으로도 더소울펫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더없이 소중하고 애틋한 장소로 기억될 것 같다. 




[1070]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함께하겠습니다" - 김정숙 더소울펫 대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