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산의 모양이 연꽃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금련산에는 부처님께 금련화를 봉양을 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런 금련산 자락 아래에는, 설화와 어울리는 금련사가 자리 잡고 있다. 산과 도심의 경계에 자리 잡은 절 옆에는 부속 유치원이 있는데, 절 앞마당을 뛰어놀며 자연스레 불법을 익힐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4월 봄의 향취가 물씬 느껴지는 절은 부처님 오시는 날을 앞두고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퍼진 등불행렬이 절 입구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대웅전의 양식이 특이하다. 대웅전 3층에는 종각이 있다. 층수가 있다 보니, 등불을 매달은 대웅전의 모습을 멀리서 보면 트리가 연상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남방불교의 양식입니다. 3층에 있는 종은 월남전의 탄피를 녹여 만든 것입니다. 수영구에는 해군기지뿐만 아니라 탄피로 만들어진 종도 존재하니 호국의 정신을 함께 엿볼 수 있죠. 역사적 사료로써도 중요합니다.”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신 법상스님은 금련사의 주지이자, 뛰어난 문승(文僧)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쓰기 시작한 법회보가 계기가 되어,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되고 또 그 글들을 보고 호응해주시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자연스럽게 집필하고 강연을 한 지는 20여년이 되었다고.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에 일 텐데,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한다. _문다정 기자


고통
“불교에서 말하는 주된 주제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입니다. 이를 사성제(四聖諦)라 일컫습니다. 즉 불교에서는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신비함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합니다. 제가 책과 미디어를 통해 말하는 주된 내용 또한 괴로움의 소멸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괴로움을 소멸시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합니다.” 불교의 경전을 포함한 동서고금 모든 영성서에선 고통해소에 대해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현실에 대해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 집착과 저항이 일어난다. 괴로움은 여기에서 일어난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과 감정, 상황과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 판단 없이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모든 치유의 핵심이라고 법상 스님은 말한다. “진리는 간단합니다. 그저 약간의 전환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삶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을 자기식대로 해석한 뒤에 좋은 것은 집착해서 취하고, 나쁜 것은 싫어하며 버리려고 애쓰며 살아왔지요. 집착한 것을 갖지 못해도 괴롭고, 싫은 것과 함께 있는 것도 괴롭죠. 수행은 아주 단순합니다. 취하고 버리는 대신, 해석과 판단을 멈추고, 잠시 그 상황과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현재에 있는 것과 함께 현존하는 것이지요. 현실이 곧 진실이며, 지금 이대로가 곧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인연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은 괴로움과 같이 존재함으로써 치유 할 수 있다면 ‘인연’에 의한 괴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가족, 연인, 직장, 학교 등 수 많은 관계와 내가 속한 현실 등 여러 인연에 의해 큰 고통을 받는다. “인연은 생겨났다가 사라질 뿐이며, 그 자체가 고통인 것은 아닙니다. 내게 좋은 것은 붙잡고 싫은 것은 저항하기 때문에 고통이 일어납니다. 이를 ‘취사간택심’이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붙잡을 때만 고통을 받습니다. 모든 것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그저 흘러가도록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상처를 준 그 말은 ‘소리 파동’일 뿐입니다. 상대가 내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닙니다. 그 소리 파동에 의미를 부여하여 붙잡은 건 나 자신입니다.”


인생
모든 것에 대해 ‘취사간택심(取捨揀澤心)’ 없이 그저 같이 존재해주고 흘러가도록 둔다면 인생 자체도 인연 따라 흘러가듯이 살아야 할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 대해 스님은 인연은 받아들이되,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라고 말한다. “집착 없이 행한다는 건 열심히 살지 말라거나 원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충분히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머리가 이끄는 삶이 아닌 가슴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을 하게 되면 괴로움이 일어납니다. 결과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맞아야 이뤄집니다. 시절인연이 맞아야 성취도 이루어지고, 만나야 될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게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니 시절인연이 오기 전까지는 결과에 대한 부분은 내려놓으십시오.”

 

사랑
결과에 대한 집착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도 집착은 흔히 일어난다. 때로는 그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진정한 사랑은 동체대비심이 일어나야 된다. 동체대비(同體大悲)란 나와 너 즉 우리의 근원은 모두 하나란 걸 아는 것이다. 그걸 알면 자연스레 자비심이 일어나고 그렇게 일어난 자비심은 진정한 사랑이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나에게 무언가를 주거나 내 편이 되어줘야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건 편 가르기에 가깝다. “적과 아군을 나누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동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였으며, 조계종 원로의원 불심도문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2000년부터 인터넷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불심을 전달하고 있는 한편 금련사의 주지로 소임을 맡고 있다. 서울 대원정사와 부산 금련사에서 불교아카데미를 개설 해 불자들의 마음공부를 돕고 있으며 BBS 불교방송에서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혼자하는 기도 수행법》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금강경과 마음공부》 《눈부신 오늘》《선어록과 마음공부》 《붓다 수업》 등 20여권이 있다. 2005년에 ‘한국문인’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하였으며, 저서 《반야심경과 마음공부》는 불교출판문화협회에서 ‘2005년 올해의 불서’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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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문다정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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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받아들이고 집착은 하지 말되, 마음은 내어주기-법상 스님 금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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