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오가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김약국집 딸들』에서 박경리가 썼던 것처럼 통영은 바다빛이 아름다운 고장이다.

 


수많은 한국의 예술가를 길러낸 예향의 고장, 통영. 그 문화적 뿌리는 기민한 장인들의 손놀림으로 빼어난 귀물을 만들어내던 ‘12공방’과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끌고 조선을 관문을 지켰던 ‘수군통제영’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려진 통영고지도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과 수려한 바닷길을 담았다. 세월에 빛을 바래지 않는 숨길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고지도. 소중한 역사 자료이자 향토문화를 담은 통영고지도의 원본이 통영시에 남아 있지 않아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최근 통영거북선호텔 설종국 대표가 통영고지도를 통영시에 기탁해 화제가 됐다. 오랫동안 타국을 돌던 통영고지도가 다시 예향의 고장, 통영의 품에 안긴 것. 주간인물은 통영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건축가, 설종국 대표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_박미희 기자



다시 통영의 품에 안긴 통영고지도



시니드의 야경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통영 대교. 그 건너편 한려수도를 주름 잡았던 거북선의 기백을 담은 통영거북선호텔이 있다. 다양한 통영의 고지도로 꾸며진 1층 주차장은 주차장이 아닌 갤러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장인의 숨결이 담긴 작품과 멋스런 통영 전통가구로 꾸며진 넓은 로비를 지날 때마다 ‘통영의 문화와 멋을 만끽할 수 있는 호텔’이라는 평에 수긍이 갔다.
획일적인 호텔 건축의 틀을 깬, 참신한 발상. 그 중심에는 통영다운 건축을 추구한 설종국 대표가 있다. 편안한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한 그는 통영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건축가다. 이번 통영고지도 기증도 오랫동안 통영 전통문화를 사랑해온 데에서 비롯됐다. “통영전통가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영고지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소중한 역사자료인 통영고지도가 거의 해외에 있고, 정작 통영시에는 원본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웠죠. 하나라도 국내로 반환해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고지도 사이트에 경매로 올라온 통영고지도를 1만 5000달러(한화 1620만원)을 주고 구매하게 됐습니다. 고지도를 통영의 품으로 돌려주고 싶었어요.”
통영시에 기증한 통영고지도는 1872에 세워낸 천척루(天尺樓)가 지도에 표시된 것을 근거로 1827년부터 185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도는 전체적으로 푸른 색 안료와 녹색 안료로 채색했으며, 주변지역은 붉은색 안료를 사용하여 둥글게 표시했다. 통영성 벽과 건물기와 등에 은가루로 칠한 것이 특징이다. 지도의 북쪽에 곤양, 진주, 사천, 고성, 진해, 웅천을, 동쪽에 거제, 서쪽에 남해 등 당시 주요 고을을 표시했다. 지도 오른쪽 제일 아래는 대마도까지 표시되어 있다.
통영고지도 전시되었던 이 지도는 이번 기증을 통해 통영시박물관에 전시될 계획이다. 오랜 세월의 역사를 거슬러 소중한 역사자료로, 향토문화를 담은 귀한 자료로 통영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통영을 아름답게 수놓는 건축가
‘메세나 운동’으로 통영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파



중앙시장의 활기가 넘치는 곳, 통영 강구안. 포근하게 안긴 강구안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장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카페 바다봄’이 있다. “항남동 해안길가는 옛날 통영극장과 부산을 다니는 동일호 뱃머리를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 배가 들어오면 누나와 어머니를 기다리던 추억이 있던 곳이었죠. 원래 오래된 판자집들이 들어섰던 곳이었고 7평짜리 6필지가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었어요. 그러던 중 화재가 나 6채가 홀라당 타 버리면서 건물이 없었죠. 지인을 통해 자그마한 땅을 구매하게 됐고, 저의 추억이 남아있는 이곳에 통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카페를 짓게 되었습니다.”
7평 남짓한 좁은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이곳은 그의 건축학적 센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시원한 통유리를 이용해 강구안으로 아름다운 전경을 공간 속으로 담아냈다. 낮과 밤, 해와 달이 뜨는 공간, 손에 잡힐 듯 일렁이는 쪽빛 바다를 보며 마시는 커피는 달다.

통영을 아름답게 수놓는 건축가, 설종국 대표. 그의 공간에 대한 애정은 수십 년 전 고향, 통영에서 비롯됐다. 발 붙일만한 땅한평 찾기가 막막했던 유년시절에도 시절에도 그는 꿈을 키웠다. “집도 절도 없던 시절, 어린 아이 눈엔 여인숙이 너무 좋아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생겼죠. 서울로 가서 건축을 공부하면서도 늘 멀미처럼 고향 통영에 대한 향수병을 달고 살았어요. 그러다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왔죠.”



설 대표는 통영으로 내려와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야경이 아름다운 통영대교의 전경이 보이는 곳에 통영을 대표하는 상징물인 거북선으로 모티브로 통영거북선호텔을 지은 것. 외관만이 아니 내부도 통영의 멋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과 장인들의 고가구로 꾸몄다.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의 장을 제공하고 예술인들의 교류의 매개가 되고 있는 통영거북선호텔은 국내외 유명인들이 통영에 오면 꼭 한번 묵고 싶은 호텔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통영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그가 있다. 앞으로 통영의 문화예술 활성화의 구심점이 되는 호텔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자, 문화예술가들의 교류의 매개가 되고 싶습니다. 획일적인 건축이 아니라 통영의 문화와 멋을 담아내는 공간, 통영에 축적된 고유한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메세나 운동을 통해 지역 문화의 활력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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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박미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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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다운 건축으로 빛나는 건축가, 통영고지도 기증으로 화제! - 설종국 통영거북선호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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