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휴식은 나를 재충전하고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 지친 현대인들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방법조차 잊어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선사해줄 장소가 있다. 국내 최대 사찰 중 한 곳인 경남 양산의 통도사 인근에 위치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따스하게 풀어주는 공간. 전통찻집 ‘다요’의 허윤향 대표와 차 한 잔을 두고 마주 앉아 우리네 삶과 행복에 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_정효빈 기자


고즈넉한 멋이 느껴지는 전통찻집 다요는 100년의 세월을 거친 고택이 뿜어내는 고고함과 온기가 느껴진다. 다요의 내부로 들어서자 수많은 다기세트와 전통 차의 향기로움이 가득하다. 소담한 공간 속에는 오랜 손길이 닿은 책과 그림, 기타 하나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향토적인 색채가 물씬 느껴지는 이 공간은 조건 없이 우리를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사로운 분위기였다. 그 안에서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허윤향 대표를 마주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동방의 미인을 마주한 것 같다며 극찬했다던 대만의 전통 차 ‘동방미인’. 허 대표로부터 대접받은 이 차의 은은한 향기로움과 우아함은 마치 그녀를 대변하는 듯했다.



차 생활하며 마음의 안정 찾아
내면을 들여다보고 대화 이끌어내는 차



향토적이고 소박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전통찻집 다요. 오랜 세월을 버텨온 이곳에서는 묘한 기품까지 느껴졌다. 특별한 이 공간에 대해 물으니 100년이 다 된 고택을 개조한 것이라고. 긴 세월이 묻은 옛집을 되살린 건 그녀였다. 집안 곳곳에 황토를 바르고 직접 내부를 개조하며 지금의 다요를 탄생시켰다. 한 현대미술 관계자로부터 이 공간을 작품화시켜 보존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며 허 대표가 웃어 보였다.

“아주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차 생활을 하시던 모습을 늘 지켜봤었어요. 할아버지가 계시던 사랑채가 비면 그곳에 몰래 들어가 큰 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설탕도 잔뜩 넣어서 동네친구들에게 나눠줬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늘 차를 가까이해온 허윤향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차에 깊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에 관한 본격적인 공부는 물론 새로운 차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갈 정도였다고.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차 생활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전했다. “물을 붓고, 차를 따르고, 마시고. 이것을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나를 안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해요. ‘다도’라고 하죠? 차를 통해 도의 경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바로 내면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 때문일 거예요.”
15년째 다요를 운영해온 허윤향 대표는 최근 미얀마의 마하시 명상센터로 떠나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한 달간 수행생활을 하며 한없이 낮춰지고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고. 허 대표는 깊은 자기성찰의 시간을 통해 내면에 한층 밝은 에너지를 담아 다요로 돌아왔다. 그녀는 다요를 비운 한 달 동안 ‘통도사가 다 빈 것 같다’는 주변의 애정 어린 토로를 듣기도 했다. “미얀마에 다녀오며 이 공간이 제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고 느꼈어요. 이곳은 모두가 공유하는 자리죠. 제가 주인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
차를 통해 진정한 휴식 찾길 바라


다요에는 허윤향 대표가 엄선해 수집한 질 좋은 차들이 가득하다. 전통 차만을 고집해 맛의 깊이와 차이를 아는 많은 이들이 먼 곳에서도 꾸준히 이곳을 찾아온다고. 여기에 월드뮤직 작가 최정욱 선생이 특별히 제작한 음악이 더해진다. 더불어 진행되는 차와 음악에 대한 설명회 또한 다요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을 묶어 놓는 또하나의 매력이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일까, 힘든 시기에 다요와 그녀를 찾아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가는 분들도 많다고. 다요는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치유의 공간이었다.

끝으로 허 대표는 앞으로도 상생하는 삶에 의미를 두고, 다요라는 공간을 사람들의 쉼터로 남겨두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더불어 어렵고 힘든 세상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휴식을 갖고 마음을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많으면 제대로 쉬어지지 않죠. 차와 간단한 다기, 조용한 공간만 준비하면 돼요. 차를 입안에 넣어 맛과 향을 음미하고, 따뜻한 차가 목을 통해 넘어가는 느낌을 놓치지 말고 느껴보세요. 그 과정을 통해서 잠시라도 번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진정을 휴식을 만끽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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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스리는 ‘차(茶)’ 깊은 자기 성찰, 마음이 쉬는 공간 - 허윤향 전통찻집 다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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