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2017년 3월 1일에 부임한 백용규 교장은 영산고등학교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이례적인 행보로 교육계의 주목을 받는 그는 지난 1년 반동안 과감한 추진력으로 학교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했다. 이번 주 주간인물은 백용규 교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_곽인영 기자


“도전하는 자에게 행운이 오는 법”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인생 1막
다시, 사업가로 인생 2막
외식업과 발효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다



경남 거창군에서 태어난 백 교장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부산 부전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중학교 3학년 때 대구로 이사를 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영남대학교 통계학과에 진학해 공군 의장대에 입대하게 된다.
“공군 의장대에 입대해 본격적으로 인생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수학교사의 꿈을 꾸게 된 계기였죠.”

휴가를 나와서도 책을 가까이할 정도로 학업에 뜻이 깊었던 그는 전역 후 ‘고등학교 수학교사’라는 꿈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우수한 성적으로 꾸준히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교 4학년 때는 야학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런 백 교장의 신념은 ‘옳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실행에 옮기자’는 것이었다. 그 면모는 30년 전, 대학교 졸업 후 교사가 되기 위해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수학교육 전공) 재학시절에서 엿볼 수 있었다. 자신만의 추진력을 갖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는 진학 후 학원 수학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부산광역시 교육청 일반직 공채(3기)에 합격한 것이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한지 1개월만이었다. 그는 다음해 1989년 4월 1일 부산 남산고등학교 행정실로 발령받으며 교육행정을 접하게 됐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백 교장은 맡은 바를 성실히 해내며 학교관계자들에게 인정받았다. 어렵지 않게 공직생활을 이어갈 법도 했지만 그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라는 꿈을 굽히지 않았다. 대학원을 졸업하던 1990년, 수학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남산고등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부산 동인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교단에 섰다. 그의 등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 공군 의장대 출신답게 그는 훤칠한 외모로 교문지도를 자처해 학교의 규율과 규칙을 바로 세웠다. 그런 백 교장에게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은 다름 아닌 ‘배트맨’이었다. 기존에 없던 야간자율학습을 부활시키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배트맨처럼 강한 인상을 남겨줬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2012년 동인고등학교 명예퇴임까지, 22년간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에게 때로는 교사로, 때로는 인생의 선배로 자신의 역할을 다한 그는 “명예퇴임식을 제자들 150여명이 해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제자들입니다. 현재 <두밤모>라는 제자들 모임이 결성되어 있어 1년에 몇 번씩 제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며 “지난 22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고 회고하면서 크게 웃었다.
그는 교직생활 중 발효에 관심이 많아 44세의 나이인 2005년에 동아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식품영양학 전공)에 입학해 논문 ‘쑥두부 품질에 미치는 염의 효과’로 2009년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취득 후 영산대학교 겸임교수(시간강사 포함)로 8년간 재직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를 명예퇴임한 백 교장은 <대한민국 두부연구 대한명인>과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추대 받았고,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1983년에 문을 연 두부요리전문점 ‘거창맷돌’의 가업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는 거창맷돌 미남본점을 운영하면서 수영직영점까지 매장을 확장시켰다.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아 전문서적과 인터넷 정보로 2002년부터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습니다. 퇴임 후 본격적으로 전통주 공부를 하게 되었고, 저의 호인 ‘율방’을 내걸고 전통주 기본서인 ‘율방의 전통주 빚기’를 출판했어요. 그리고 부산지역 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개인 강의실에서 전통주 빚기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주 강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초를 접한 그는 또 다시 ‘율방의 전통식초 여행’을 출판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국의 농업기술센터와 서울, 부산 등에서 유명강사로 활약하며 방송매체에 출연했던 그는 식초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식초는 ‘신이 내린 물’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식초사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식초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 식품인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교사가 아닌 사업가로 전통발효식초 제조회사인 ‘율방식초’를 설립하면서 인생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던지게 됐다.


조리와 간호가 강한
교육부 선정 매력적인 직업계고 ‘영산고등학교’



“저의 궁극적인 교육목표는 스승과 제자간의 벽을 허물고 화합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부산지역의 모든 특성화고등학교가 학생모집이나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산고등학교(현 성심보건고등학교)도 이를 면치 못했다. 그래서 백 교장은 학생들의 자존감 회복과 인성교육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켜 보겠다고 다짐하였다. 교사생활을 시작하던 당시 매일 아침 교문을 지켰던 백 교장은 취임식 후 자연스럽게 교문 앞에 섰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랑합니다’를 연신 외쳤다. 이런 이례적인 모습에 전 교사가 ‘행복한 아침맞이’ 등교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줍니다.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이 아닐까요?(웃음)” 백 교장은 매월 1일을 ‘사랑한 DAY’로 정해 인형탈을 쓰거나 교복을 입고 간식과 선물을 주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이색문화를 만들어갔다.
“2019년부터 영산고등학교는 웰빙조리과, 보건간호과, 사무경영과로 학과를 신설·개편할 예정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고등학교 중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조리실(한식조리실, 양식조리실, 제과제빵실, 바리스타실, 카페)과 회의실 등을 구축하고 있어 학생들이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학교로 성장할 것입니다.”
영산고등학교는 2017년 매력적인 직업계고(매년 2억원)와 직업계고 비중확대사업(11억 3천만원)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다. 그 지원금으로 조리실을 구축하는 등 전국 고등학교 최초로 푸드트럭을 운영해 각종 대내외 행사에 적극 활용하고, 백 교장이 직접 운행하며 학교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올해 8월에는 학교 중앙뜰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자유공간 꿈틀’을 만들었다. 백 교장은 “학업성적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즐기며 노는 것도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겨 기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매우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9월부터 그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학생들에게 전국 최초로 매일 아침마다 따뜻한 밥을 대접하는 사랑의 아침밥상 ‘밥心’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전날 백 교장이 밥을 짓고 다음날 아침 부서별로 교사들이 일찍 출근해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챙겨주고 있다. 학교예산을 고려해 그가 솔선수범해 쌀을 기부하자 많은 이들의 기부 릴레이가 펼쳐졌다. “학생들의 아침밥을 챙겨줄 수 있어 기쁩니다. 현재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이웃 주민들께서도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특히, <거호회>가 기부를 많이 해 주었고, 부구욱 이사장님과 노찬용 이사장님, 한태학 법인국장님께서도 동참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행사규모가 커지고 반찬도 다양해졌지요.” 

앞으로 영산고등학교는 학생이 주인인 ‘영산협동조합’을 설립해 푸드트럭 운영과 와이즈하이 카페 운영, 발효식품(된장, 간장 식초) 제조 등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공부를 도울 예정이라고 한다. 인생의 제 3막을 시작한 백 교장은 “저와 함께 학교가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시는 정희정 교감선생님과 양윤석 행정실장님, 그리고 영산고등학교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해 도움주시는 학교법인 성심장학원 이사장이신 부구욱 총장님과 성심학원 노찬용 이사장님께도 감사드리며, 끝으로 저를 믿음으로 지지해 주는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주어진 임기동안 오로지 영산고등학교 발전만을 생각한다는 백 교장. 앞으로 그는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1054]

주간인물(weeklypeople)-곽인영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백용규 부산 영산고등학교 교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