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 손지배 악양주조 대표

악양주조인물.jpg

 

대표적인 우리민족 고유의 술 ‘막걸리’가 이제는 남녀노소 즐기는 인기주가 된지 오래다. 수요 감소로 시름이 깊던 막걸리 업계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채택한 고급화와 감성 전략이 먹혀들면서 부터다. 화려한 포장과 색다른 마케팅, 적극적인 광고 등이 그 인기의 원동력으로 불린다. 하지만 기업형 주조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막걸리의 인기 이면에는 사라져가는 지역전통주들이 있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지역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었던 우리 고유의 가양주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수입밀 누룩이나 수입쌀에 의존하곤 했던 그간의 굴곡진 막걸리 역사는 그 다양한 맛을 잃게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양주는 직접 농사지은 곡물과 손수 빚은 누룩으로 술을 만듭니다. 제각각 곡물의 미생물이 다르고 숙성발효 시간과 온도가 달라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다채로운 전통주를 맛볼 수 있었죠. 누룩은 전통 술에 없어서는 안될 숙성발효제인데 조금씩 다른 미생물인 효모에 의해 맛과 향, 즉 풍미가 다른 보약같은 전통주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지역의 특색을 담아 우리 술을 빚으며 전통특산주의 명맥을 잇고 있는 악양주조의 손지배 대표를 만났다. _김유미 기자

 

 

우리밀, 누룩, 햅쌀, 찹쌀로 원료는 몇 배 비싸지만 지역특산주인 전통주의 자존심 지킬 것

“정성으로 만든, 우리 술의 진가 보이고 싶어”

 

 

증조부와 아버지 대에 이어 3대째 술을 빚고 있는 손 대표는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고향 하동 악양으로 내려오게 된 후, 15년 동안 전통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악양합동주조를 승계받아 설비를 새롭게 바꾼 그는, 2021년 11월부터 ‘악양주조’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전통주의 길로 들어섰다. 고맙게도 큰딸 손가람씨와 사위 허준혁씨에 의해 4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악양주조에서는 청정지역 하동 악양 지리산에서 좋은 믈과 공기, 햇빛과 바람이 키워낸 원료를 엄선하여 깨끗하고 건강한 지역특산주를 빚는다. 예부터 현재까지 한결같은 정직한 마음으로 우리 몸에 유익한 술을 빚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악양주조3.jpg

 

지리산 청정수, 비옥하고 깨끗한 땅에서 자란 곡류

미생물이 빚는 술, 사람은 그저 기다릴 뿐

 

 

현재 악양주조가 생산하는 생막걸리는 ‘악양막걸리’와 찹쌀 비율이 높은 ‘정감막걸리’ 두 종류로 저가 막걸리에 비해 가격이 좀 있는 편이다. 원재료의 사용 제한이 크게 없는 일반주와 달리 특산주는 근처에서만 생산된 재료를 써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전통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외국산 쌀, 밀로 빚은 막걸리에 비하면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지요.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가졌던 가치관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조상의 얼이 깃들어 있는 전통주를 만들면서 외국산을 쓴다는 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역에서 나는 원료로 진실 되게, 떳떳하게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물맛이 80% 좌우한다는 막걸리, 악양주조에서는 하동 지리산 청정수로 술을 만들어 맛을 더한다. 비옥하고 청정한 토지와 공기에서 자란 곡류로만 빚어지니 그 깊고 깨끗한 맛은 말해 무엇할까. 친환경 라벨, 에코탭까지 환경까지 생각한 착한 막걸리기도 하다.

“병술 주입구 뚜껑이 잠기는 부분에 세로로 홈이 있어 자연스레 호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온도에 따라 맛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도수는 6도 정도지만 1~7일 차는 달보드레하면서 알코올 농도가 낮습니다. (손 대표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단맛을 달보드레하다고 표현했다) 8~14일 차에 신미, 감미, 산미와 탄산의 조화가 가장 좋아 풍미가 있어요. 15~20일차는 완전히 숙성돼 도수가 높아져 깊은 맛과 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저희 막걸리는 30일 정도 두고 마실 수 있습니다.”

손 대표는 지역특산주를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현재는 하동군 악양면이 첫 시배지인 대봉감으로 단맛을 낸 막걸리를 연구 중이다. 그는 “하동군을 대표하는 술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단맛을 내던 첨가제 대신 당도가 높은 대봉감을 넣으면 무첨가 술이 된다. 막걸리는 필수 아미노산, 유산균, 비타민B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데 더 건강한 술이 된다는 의미다.

 

악양주조2.jpg

 

막걸리 전통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등 제도개선 절실

 


손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지역전통주를 빚는 사람으로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전통주를 명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 열정이 있는 장인들에게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것.


“와인이나 위스키 갚은 경우 국가나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일본 사케 역시 마찬가지구요. 사실 연구·개발만으로도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실정에서 유통, 홍보 등을 영세업자가 감당하기 벅찹니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맛을 가졌던 양조장들이 문을 닫고 사라지고 있어요. 다채로운 우리 술이 전통을 이어가며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나아가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제도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딸과 사위가 직접 배달하고 유통을 담당합니다.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재료비 지원, 홍보 제작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술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맥주와 소주는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소규모 생산되는 양조장, 특히 지역 특산주를 만들며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입장에서 우리 술의 세계화를 위한 국가적 제도개선이나 지원 없이는 유지발전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술 빚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주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저희 가족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술을 많은 분들이 맛있게 드셔주신다면 그보다 감사할 수는 없지요. 100년을 이어가는 도가로서 전통주의 명맥을 잇고 그 가치를 소중히 이어나가겠습니다. 악양주조는 진실을 담겠습니다.”  


“악양주조는 막걸리 한잔에 오미(五味 : 신미-알싸한 술의 맛, 감미-달보드레한 맛, 산미-새콤한 맛, 마지막에 미약하게 느껴지는 떨떠름하고 쌉싸름한 맛)와 진실을 담겠습니다” [1131]


악양주조1.jpg

악양막걸리

 

하동에서 생산한 엄선한 햅쌀과 우리밀 누룩으로 빚은 단양주(한번 빚는 술)다. 고두밥을 쪄서 술을 빚고 7~10일 저온 숙성한다. 단맛이 강하지 않고 드라이한 편이며 맑고 목넘김이 시원한 전통주다.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유익균이 만드는 풍미와 천연 탄산의 신선함이 더해져 일상에서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우리술이다. 


악양주조5.jpg

 정감막걸리


21일 이상 장기 저온발효한 전통 곡주인 정감막걸리는 이양주(두번숙성발효)로 담백한 맛과 함께 목넘김이 부드러운 천연탄산의 신선함으로 깊은 풍미와 향을 느낄 수 있다. 도수는 8도로 진한 맛이 느껴진다. 온도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주하는 오미(五味)를 느낄 수 있다. 


주간인물(weekylpeople) - 김유미 기자 wp@weeklypeople.co.kr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아름답고 고요한 청정지역 '하동' 3대에 이어 4대를 이어가는, 백년도가 '악양주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