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우리나라의 중등 역사교육은 곧 한국사 교육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고등학교에서 한국사과목은 언론과 온 국민의 관심사를 받으며 모든 학생이 배워야하고 수능에서도 필수과목이 되었지만 9개의 사회탐구 과목 중 하나인 세계사는 내용의 방대함 때문에 학생들의 기피과목이 된 지 오래다. 이처럼 한국사 교육을 역사교육의 전부인 양 생각하다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세계사에 대한 이해는 빈약하고 역사에 대한 안목은 ‘우물안 개구리’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학회 회장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며 역사 교육의 정상화를 소망하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를 만나보았다. _강성은기자, 김형준 기자


Q.  역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59년 경기도 화성시 비봉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이어 수원에 있는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로마사를 전공하고 「아우구스투스의 프린키파투스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7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대전 목원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6년 3월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Q.  교수님의 기본 가치관과 신념에 대해 주간인물 독자들에게 들려주십시오.


저는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교회생활을 했습니다. 한 때 신앙에 대한 회의 때문에 방황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믿음으로 인간이 구원을 얻고,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깨닫고 지금까지 그리스도인으로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로마사를 전공하기로 한 것은 로마 역사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즉 로마 공화정치, 로마법, 로마 가톨릭교(그리스도교) 등 로마인들이 물려준 유산이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 또한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역사학회 앞으로의 계획 및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금년 1월 1일부터 2년 임기로 역사학회 회장에 선임되었습니다. 역사학회는 1952년 3월 1일에 "각지에 산재한 同學의 士를 糾合하여 國內 史學界의 鞏固한 결속을 꾀하고 밖으로 國際的인 廣汎한 提携를 기다려 역사학 建立의 초석이 되려 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창립된 국내 최초의 역사연구자 모임입니다. 현재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역사교육 연구자 700여명을 회원으로 활동하며 2년마다 전국 역사학대회를 주관하고 1년에 네 차례 학회지 『역사학보』를 발간하는데 6월 30일 자로 『역사학보』 234호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만 역사학계의 현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2015년 가을부터 불어닥친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로 1년 반 이상 진통을 겪었습니다. 당시 여당 책임자는 역사연구자와 역사 교사의 90%가 좌파이고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되어 국정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이에 대해 역사연구자들과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집필 거부를 하다보니 한국근현대사 부분은 역사전공자가 아니라도 집필할 수 있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제기되었고, 실제로 이 부분을 여러 비전공자가 집필하는 상황까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44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무모하고 무리하게’ 강행되었지만 고등 한국사와 중학 역사 국정화 교과서는 교육현장에 나가지고 못하고 폐기되었습니다. 이로써 검인정 체제로 돌아간 고등 한국사와 중학역사 교과서를 6개월 만에 다시 써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고 있는데, 집필 기간 연장이 논의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한국사 교과서의 우편향, 좌편향 논란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정권도 역사교육에 자신들의 성향을 강요하고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의 본질은 역사 교육을 한국사교육으로 등치시키고 모든 관심을 오로지 자국사에만, 그것도 해방 이후 한국현대사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는 고등학교에서 필수과목이 되었지만 세계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 세계사 과목은 60여만 명 수험생 중 3만 명도 선택하지 않는 ‘비인기’ 과목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고, 거의 고사상태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이기는 합니다만  그동안 역사학계가 중등학교 역사교육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성찰, 준비가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자성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역사교육의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세계화 시대에 우리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한국사와 세계사를 균형있게 교육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9세기 말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서양 오랑캐와 싸우지 않고 화친하는 것은 나라는 파는 것이라며 척화비를 세워, “우리들의 만대자손에게 경계하노라”했던 우리 조상들의 세계사 인식은 당시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할 우리가 세계사 교육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권의 성향에 좌우되지 않는,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김덕수 교수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김덕수 교수가 지적한대로 진정한 의미의 ‘역사교육의 정상화’가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주간인물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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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강성은 기자, 김형준 기자 wp1991@daum.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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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l 역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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