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즐겁게 달리기 위해서는 리프레시 타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취미활동과 함께하는 일상의 보석 같은 휴식은 삶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새로운 길에 눈을 뜨이게 하기도 한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무언가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어 숨겨진 재능을 찾고 새로운 가능성과 삶의 모습을 발견한 이를 주간인물이 만났다. _정효빈 기자



생산적 여가활동으로 주목받는 ‘목공’
높은 성취감과 만족도로 마음의 위안 선사해




“전 10년을 주기로 직업을 바꿔왔습니다. 온종일 한 공간에 갇혀 일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특별한 성취감을 느끼긴 힘들었죠. 일상에 지루함이 찾아올 때쯤 목공을 시작했는데 나무를 다루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이젠 제가 가장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찾았으니 직업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습니다(웃음).”
화창한 10월의 가을, 대구 서문시장 거리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정겨운 느낌 가득한 목공방을 발견할 수 있다. 곧장 안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나무 향이 코를 자극한다. 공방 내부에는 한창 작업 중인 원목 의자와 서랍장이 놓여있고 벽면엔 섬세한 손길이 닿은 목공예품이 가득 진열돼있다. 가구지오 목공방은 수제가구 제작과 다양한 목공예품이 제작되는 곳으로, 10년 차 공방지기 김무환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집안 어른께서 목재를 다루는 일을 하셔서 유년 시절부터 나무는 늘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취미로 이것저것 만들곤 했고요. 처음부터 업으로 삼겠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만들다가 주변에서 무언갈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면 만들어주기도 하고, 혼자 노는 공간으로 시작한 이곳이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가구지오 공방의 진열장에는 섬세하게 나무를 잘라 조립한 ‘우든카’가 가득 눈에 띈다. 타 목공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 목공예품은 김무환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우든카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들 덕분이었다고.
“우리 아들 주려고 간단하게 나무로 자동차나 곤충,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장난감에 중금속이나 납 성분이 검출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친환경적인 재료로 제가 직접 만드는 것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워낙 섬세한 작업이다 보니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이 작업을 할 때 가장 재밌고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목공의 매력은 나무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우든카의 경우도 직접 도로를 달릴 순 없지만 수집은 가능하죠(웃음). 내가 갖고 싶은 건 무엇이든 창작해 만들 수 있으니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대단합니다.”



“나무의 특성 이해하는 과정 흥미로워….
수강생과 함께 놀며 소통하는 공방 만들어갈 것”





“최근에 매운 향이 나는 ‘웨루’라는 나무로 작업을 하는데, 옻나무를 만져도 멀쩡하던 제가 웨루나무를 재단하면서 콧물과 재채기가 멈추지 않더라고요.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고생은 조금 했지만 나무의 새로운 특성을 알아가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세상에 있는 나무를 모두 접해볼 순 없겠지만 다양한 특수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무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수강생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구지오 목공방은 원목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수제가구를 제작하는 곳으로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 컬러, 나무 타입을 선택해 주문 제작할 수 있다. 테이블, 의자, 수납장, 침대 프레임, 옷장, 소품 등 종류가 다양해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상업공간까지 맞춤 가구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사)한국목공교육협회 목공지도사교육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가구 및 목공예품 제작을 위한 기초적인 이론수업 및 정규 목공수업과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목공을 체험해볼 수 있다. 더불어 쓰임이 무궁무진한 나무를 유리, 철제, 가죽 등 다양한 소재와 접목한 소품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차별화된 수업을 진행해나가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계획이다.

“다양한 나무 중에서도 특히 레드오크를 좋아합니다. 단단하고 가볍지 않아서 싫증이 나지 않는 나무예요. 나무는 각기 다른 향과 색을 지녔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나무를 발견하면 ‘저 나무는 어떤 성질을 가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멈출 정도죠. 수강생분들께도 각기 다른 나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수업을 우선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많은 분의 기억 속에 가구지오가 ‘나무에 관해 더욱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는 공방’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웃음).”

지금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만지며 수강생과 함께 어울리는 소통의 공간으로 공방을 운영해나가고 싶다는 김무환 대표. 김 대표가 목공을 통해 반짝이는 즐거움을 발견한 것처럼 그와 그의 공간을 찾는 많은 이들이 따스한 원목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길 기대해본다. [1103]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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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지오 목공방, 내 손에서 완성되는 반짝이는 행복!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마음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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