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마음에 평화를 안겨줄 뿐 아니라 머리를 맑게 하고 신체의 질병을 낫게 한다는 ‘흙길 맨발걷기’. 박동창 박사의 저서 ‘맨발 걷기의 기적’과 EBS 특집 다큐 ‘러브 마이 셀프’를 통해 몸으로 하는 일종의 명상으로 소개된 바 있다. 발바닥을 자극해 몸 전체의 감각을 깨워 자신의 몸과 마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집중력을 높이기도 한다고. 이렇듯 현대인들을 치유하는 신선한 방법으로 화제인 ‘맨발걷기’를 학교 안 교육에 접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학교가 있다. 대구관천초등학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흙길 맨발걷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 구성원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주고 있다. _정효빈 기자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인내한다는 건 현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맨발로 자연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미래도 행복한 가운데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맨발걷기는 미래를 위한 가장 행복한 준비입니다.”

대구광역시 북구 태전동에 위치한 대구관천초등학교는 ‘흙길 맨발걷기 교육’을 시행한 국내 1호 학교다. 최근 한·중 청소년 국제교육 활성화 세미나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중국 교장단이 관천초등학교의 맨발 걷기 교육에 큰 호응을 보이는 등 국내뿐 아니라 국외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맨발걷기와 놀이중심 교육으로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변화시킨 교육의 혁명을 보여주고 있는 관천초등학교, 그 중심에는 이금녀 교장이 있다. ‘체·덕·지’의 균형 있는 발달’이라는 교육 슬로건 아래 ‘체’를 가장 우선으로 둔 이 교장. 그가 2017년 본격적으로 시행한 맨발걷기는 전후 변화를 비교한 객관적인 수치를 앞서 듣지 않아도 그 변화가 학생들의 표정과 미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학부모·교직원이 함께 한 계족산 맨발걷기 나들이


맨발로 자유롭게 운동장을 걷는 아이들은 피부에 닿는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고 시원한 물로 발을 씻은 뒤 징검돌 위를 걸으며 또다시 자연에서 물기를 말린다. 이금녀 교장은 맨발걷기 시간을 따로 분리해 실시하기보다 모든 교육과정과 학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에 자연스럽게 접목해 맨발걷기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놀이중심과 맨발 교육으로 인한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맨발걷기 전후 뇌파를 측정한 결과, 인지 속도와 강도가 고루 향상되고 좌뇌와 우뇌가 조화롭게 활성화됐다. 아이들은 자유롭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해졌고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렸던 아이들은 수업에 몰입하게 됐고 일상에서도 열의가 생겼다. 교실과 복도의 시원한 나무 바닥, 부드러운 황토길을 맨발로 밟고 뛰어노는 관천초 학생들은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아이들의 표현을 빌려 이 놀라운 변화를 설명하자면, 맨발걷기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매일 저축하는 건강’이며, ‘건강의 참 좋은 친구, 달콤한 휴식, 뇌 조종 장치’다. ‘우리가 전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엔 자신이 속한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 덕에 조금씩 학생 수가 줄던 학교는 학부모가 나서서 찾는 학교가 되었고, 학교 구성원이 아닌 이들도 찾아와 건강과 웃음을 되찾아가는 동네의 명소가 됐다.


징검돌을 걸으며 발을 말리는 학생들

현재는 맨발걷기 교육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정표가 없는 길이었기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이금녀 교장은 안정적인 맨발걷기 시행을 위해 맨발교육으로 저명한 일본의 한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현지 학생들을 마주하며 맨발교육에 대한 그의 확신도 한층 단단해졌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얇은 옷차림을 한 학생들이 지치지 않고 운동장을 달리고 있더라고요. 어린 학생이 아니라 마치 전사처럼 보였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런 아이들이 성장해 먼 훗날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게 되겠구나’하고 직감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맨발로 학교를 누빌 아이들에게 안전사고만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교내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에 각별히 노력을 기울였다는 이 교장. 매일 같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학생들이 발을 딛는 모든 시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실내 환경도 구석구석 손보며 학교를 리모델링해나갔다. 신발을 벗은 아이들은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게 됐고, 교실 내부의 공기 질도 덩달아 좋아졌다.


관천초 내 황토 맨발길
“‘제가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돼요’라던 아이가 ‘선생님, 저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말했을 때 마음이 찡해지더라고요. 우리 교사들도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늘 감동받고 있습니다. 요즘 마음의 병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맨발걷기를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해요. 국가 차원에서 이를 교육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해 맨발걷기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맨발걷기를 통해 공교육의 휼륭한 본보기로 거듭나고 있는 대구관천초등학교. ‘꿈꾸듯 길을 나서 / 내려놓아야 하나 꿈 밖에서 서성거리기도 했지만 / 흐르는 강물처럼 빛을 내며 간다’는 한명화 시인의 시처럼 그들이 맨발로 걸어가는 길이 그들에게 최고의 행복한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72]



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맨발 걷기로 시작하는 행복 한 걸음 - 이금녀 대구관천초등학교 교장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