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손재주가 좋았던 우리 민족에게 종이접기는 아이들의 놀이이자 여인들의 생활 기술이었으며 한국 고유의 정서를 품은 문화이자 삶이었다. 생활 곳곳에서 한지를 가까이한 민족이기에 예로부터 한지로 만든 지공예품들이 많았다.

바로 여기, 단순한 놀이를 뛰어넘어 종이의 역사부터 시작하는 깊이 있는 교육현장 속 종이접기 장인이 있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3동에 위치한 종이문화재단 부산북구종이문화교육원의 추성숙 원장이 그 주인공. 종이 한 장에도 ‘영혼’을 담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슴 찡한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_김민진 기자




‘밥그릇 챙기기 이전에 내실을 기하는 강사가 되어야’



1995년 그해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 온 숙제를 계기로 지금 이 자리까지 있게 되었다는 추성숙 원장. “아이 숙제가 아닌 엄마 숙제였어요(웃음). 당시 저에게 갖추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요. 그래서 ‘내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종이접기라는 좋은 ‘학문’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웃음).”

“종이접기는 조형예술놀이문화 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종이접기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과학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하는 추성숙 원장. 종이접기 과정 속 담긴 수학의 원리 연구는 수학, 물리학 등 공학 분야 박사들을 중심으로 발달하며 이러한 수학적 질서와 과학적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또한 그녀는 “종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원리까지 알아가야 한다”며 탄탄한 기본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폐지로 만들어진 눈과 귀가 움직이는 고슴도치



“현재 모든 산업의 기초에는 종이접기 기술이 핵심입니다! 최소한의 부피로 접혀있던 찰나의 시간에 꼬임 없이 골고루 부풀어야 하는 에어백의 제작원리도 그렇고요. 버스 두 대를 잇는 굴절버스의 연결 부분 또한 주름 접기의 방식이 적용이 되어 자유롭게 줄었다 펴지며 안전한 곡선 주행을 가능케 합니다. 자동차 좌석을 접는 일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일은 종이접기의 기본인 폴딩(Folding) 기술이 접목된 것이고요. 평소엔 크기와 부피가 큰 자전거나 텐트를 사용 후 작게 접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도 접기 기술이 적용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어 그녀는 “사과를 하나 접더라도 그 용어가 어디서부터 왔으며, 가시광선에 의한 빨간 색깔인지 등 강사들은 항상 ‘물음표’를 가지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강사들의 연구심에 대해 더욱 강조했다. “단지 창작공예에서 그치는 아름다움이 아닌, 시대 흐름에 맞게 그 이상을 연구하지 않으면 장인이 나올 수 없다”며 추 원장 본인 또한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늘 공부한다고.

“종이 하나를 가지고도 수학과 과학을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만들다가 보면 아이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며 ‘선생님, 이거 시험문제에 나왔었어요!’ 외치기도 하고요(웃음). 어렵다고 느끼는 학문에 대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종이접기 강사는 똑똑해야 합니다.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하지요. 그렇기에 내 밥그릇을 챙기기 이전에 나 자신이 지금 어떠한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며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보지 않는 책을 이용해 종이접기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 ‘펩아트’(Pap Art: Paper Art의 합성어) 작품들



‘아이들과의 만남과 완성된 작품을 통한 희열, 못 그만둬’


맛있는 음식에 대한 표현으로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중독성 높은 종이접기. “LG, 대우 등 큰 기업에서 많이 부릅니다. 최근 포항, 울산, 대구 등 멀리에서도 이곳까지 배우러 오는 선생님들도 많고요. 한 번 출강을 다녀오면 계속 와달라고 합니다(웃음). 특히, 연세가 있으신 60~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만드신 것을 보면 정말 감동스럽고 그렇게 보람될 수가 없습니다.”
“가까운 주변 학교에서 또한 많은 교육의 기회가 닿았으면 한다”는 그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죠. 종이접기 수업 속에서 서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며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도 있고요. 이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가질 수 있습니다.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탈피하여 종이 한 장에서 시작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수업은 상식과 역사 등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지요. 이로써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다시 책을 보게 되고 펜을 잡게 되고 책상 앞에 앉게 되는 등, 자기주도적 변화를 보게 되면 정말로 희열을 느낍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제가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지요(웃음).”


추성숙 원장의 70세 수강생이 만든 종이 스탠드

지난달 4월 초, 추성숙 원장의 사랑하는 세 자녀 중 막내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었다며 왈칵 눈물을 쏟은 그녀. 가족들조차 추 원장을 걱정하며 ‘몸을 좀 추스르고 일을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그녀를 말리지만, 추 원장은 “아들에게 못해준 것이 생각 나 그걸 대신해서라도 만나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며 베풀고 싶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접는 종이 한 장 한 장마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한 추성숙 원장. 지식적인 머리에서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숙이 ‘남는 것이 있는’ 추 원장의 교육철학과 미래에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교육원 입구 문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추 원장의 반려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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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김민진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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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과학’이다! - 추성숙 종이문화재단 부산북구종이문화교육원 원장 / STEAM교육문화원 펩아트(Pap Art) 부원장 / 부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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