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목공은 비용이 많이 드는 프리미엄 취미로도, 다양한 장비와 기술, 넉넉한 공간을 요구하는 선진국형 취미로도 불린다. 언뜻 들으면 누구나 쉽게 접하기엔 어려운 취미라고 생각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목공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나무를 꽉 쥔 손이 아프기도, 뽀얀 나뭇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쓰기도 하지만 손에 쥔 나무에 온전히 몰두하는 순간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홈앤촉 이동명 대표가 목공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이에 주간인물이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홈앤촉 목공방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_정효빈기자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폐기물이 되는 데 반해, 나무는 아무리 오래되어 망가져도 쓰임 있는 무언가로 재탄생시킬 수 있어요. 부서진 책상은 접시나 젓가락이 되기도 하죠. 목공의 매력을 꼽는다면, 이렇게 나무를 이해하는 감수성이 생긴다는 거예요.”

홈앤촉은 수제 원목 디자인 가구제작과 더불어 원목 가구 제작교육이 이루어지는 목공방이다. 공방으로 통하는 지하 1층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문 사이로 풍겨오는 나무 향이 콧속을 가득 채운다. 낮은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방 내부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멋스러운 테이블, 굴곡진 의자가 저마다의 자리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IT업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이동명 대표는 마흔이 다가오는 나이에 처음 목공을 접하게 됐다. 긴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며 건강은 악화되고 스트레스도 날로 높아졌다. 몸과 마음의 치료가 절실하다고 느꼈던 시기, 손을 움직여 이것, 저것 만들어보기 시작하며 마음을 치유하게 됐다는 이 대표. 무언가를 직접 제작하는 것에 흥미가 생겨 자연스럽게 목공도 시작하게 됐다고. 그가 디자인한 가구를 본 동료로부터 함께 공방을 운영해볼 것을 제안받아 홈앤촉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목공 활동에 나섰다.

공방 내 크고 작은 소품들을 둘러보던 중 오묘한 색을 띤 작은 도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흔히 보지 못했던 초록빛 도마를 손으로 가리키자 ‘유창목으로 만든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의미를 가진 유창목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성장은 매우 더디지만, 물에 가라앉을 만큼 무겁고 내구성도 강하다. 햇빛에 노출된 유창목은 은은한 초록빛을 띠며 윤기가 흐르고, 특유의 은은한 향은 향수의 원료로 사용될 만큼 매력적이다. 이동명 대표에게서 듣게 된 고상하고 기품 있는 이 나무는 그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유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소탈하지만 우아하다. 그는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가구를 묵묵히 만들며 그만의 빛깔을 내뿜고 있었다.


이 대표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가구에는 그만의 감성이 묻어있다. 손이 가는 대로 나무를 가지고 놀며 작업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그. 나무의 결을 살린 유려한 곡선과 단정한 직선이 조화를 이뤄 그만의 특별한 가구가 완성된다. 특히 의자를 만들며 사람들에게 가장 편한 모양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고. 그의 고민이 담긴 굴곡진 의자에 앉자, 딱딱한 나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안락함이 느껴진다. “어머니께 나무로 된 의자를 만들어드린 적이 있습니다. 편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허리와 등을 받쳐줘야 할 등받이가 어머니의 등을 떠밀고, 의자 다리와 좌판은 어머니의 오금을 아프게 했어요. 고문 기구가 따로 없더라고요. 긴 의자 다리를 자르고, 등받이 모양도 바꿔보면서 사람이 가장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모양을 찾아갔습니다.”

“여동생이 오래된 가구들을 좋아해요. 가끔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거실에 놓인 멋스러운 가구를 감상하곤 한대요. 직선과 곡선이 적절하게 섞여 조화를 이룬 가구를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행복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가구는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기능적 요소를 살리면서 다채로운 미적 요소를 갖춘, 조형예술품 같은 가구들을 만들고 싶어요.(웃음)”

공간을 채워 넣는 가구를 제작하며 공간 전체를 디자인하는 인테리어 분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이동명 대표. 그만의 감성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많은 이들이 ‘예술’을 만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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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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