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키덜트(kidult)’란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유년 시절 좋아하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을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즐기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콘텐트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키덜트 시장규모는 현재 1조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키덜트문화가 하나의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이들이 늘어나며 키덜트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소 또한 주목받고 있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수집가’는 건담 프라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캐릭터 프라모델, 밀리터리 프라모델, 피규어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겸 테마카페로 국내를 넘어 해외 키덜트족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_정효빈 기자




“무언가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저의 존재감을 느껴요. 이것이 제가 프라모델을 제작하는 이유입니다.”

박진 대표는 프라모델을 제작하는 전문 ‘모델러’로, 프라모델 갤러리 겸 테마카페 ‘수집가’를 운영하고 있다. ‘기동전사 건담’, ‘에반게리온’ 등 시대상이 담긴 작품들을 특히 좋아했다는 그는 사상의 대립,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긴 만화영화를 보며 그 매력에 깊게 빠져들었다. 좋아하던 만화영화의 캐릭터 프라모델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것만도 20년이 훌쩍 넘었다고.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한 그는 조형에도 관심이 깊어 프라모델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직접 조립하고 도색해 자신만의 프라모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프라모델 제작은 깔끔하게 조립해 실물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색의 완성도에 따라 가치가 크게 오르내린다. 어린 시절부터 창작활동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 대표. 그의 섬세한 표현력은 특히나 도색에서 빛을 발했다. 풍부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표현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칭할 만하다. 그가 제작한 프라모델을 구매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컬렉터가 있을 정도.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인데, 그 결과물을 좋아해주시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이 저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매체를 통해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취미생활로 프라모델이나 피규어를 수집·제작하는 등의 모습이 비춰치며 키덜트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진입 장벽도 낮춰졌다. 과거 성인들을 위한 프라모델 등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 대형마트 내에 ‘키덜트존’이 마련되기도 하며 많은 이들이 거부감 없이 즐기게 된 것.

이렇게 변화된 분위기 속 수집가는 ‘덕후’들에게 그저 천국 같은 공간이다. 수집가 갤러리에는 감히 장난감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생동감 있는 모형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프라모델들이 가득하다. 수집가를 찾는 이들은 완성도 높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분한 이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어볼 수도 있다. 더불어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모인 공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한다고. 수집가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취미를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프라모델 제작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창의력을 발휘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서 오는 뿌듯함이다. 더불어 섬세함과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프라모델을 조립하고 도색할 때만큼은 잡다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박 대표는 “작업에 온전히 몰두하다 보면 심란한 마음도 어느새 전부 사라져버린다”며 “이런 이유로 최근 지친 현대인들에게 프라모델 제작이 하나의 돌파구로 떠오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른인 나를 잠시 쉬게 하고 제멋대로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만 싶을 때. 옛 추억을 되살려 나만의 프라모델을 제작하는 즐거움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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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인물(weeklypeople)-정효빈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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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향수 간직한 어른들의 놀이터, ‘소수의 취미’ 넘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다 - 박진 수집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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