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수 무궁화봉사단 단장과의 만남
한 번쯤 국제로타리, 라이온스 클럽, 카리타스 등의 이름을 가진 봉사 및 자선단체의 이름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에서 유입되어 한국에도 자리 잡게 된 단체들이다. 그러나 무궁화봉사단은 1998년 김천수 단장이 직접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는 봉사단체이다. 대구 중구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무궁화봉사단과 김 단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_박가빈 기자
1985년 대구 중구에 자리잡은 김천수 단장은 무궁화봉사단 창단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1998년 당시에 자율방범대장을 맡고 있었어요. 그때 사회복지재단에서 제게 자장면 봉사를 요청해왔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하기에는 힘들겠다는 생각에 방범대원들에게 협조를 구해서 함께했죠. 그러다가 '함께할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봉사단을 만들기로 했죠"라며 봉사단의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방범대원들과 주변 사람들로 이뤄졌던 봉사단체였는데, 회원들이 가족을 데려오고 지인을 데려오고, 그러다 보니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현재 단원은 약 400명 규모입니다.”
봉사단 회원들에게 각자 본업이 있다 보니, 봉사단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때문에 각자의 전문 분야를 살려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무궁화봉사단의 장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전기 기술자는 전기 관련 담당, 유리 관련 업자는 창문 담당, 노래나 국악, 마술을 하시는 분들은 공연을 준비해주시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각자 활동해 주십니다”라고 설명한 김 단장은 “직업군이 다양하다 보니 특성을 살려서 봉사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활동 때는 식사, 청소, 공연뿐만 아니라 미용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분야별 회원들이 모여서 따로 봉사단을 만들기도 했죠”라며 다른 단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차별성을 바탕으로 무궁화봉사단은 자장면 급식 봉사, 양로원·보육원·장애 시설 등의 노후 시설 개·보수, 공연 봉사, 해외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봉사와 이웃 나눔을 실천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복지시설이 신축되다 보니 할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라고 말한 김 단장은 “시설에 나가 봉사할 때, 청소와 공연을 제외하곤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줄어들어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설에 계시는 어르신들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이들이 있는 한 보육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인데도 아이들이 봉사자들을 붙잡고 놓질 않더라고요. 그 짧은 사이에 정이 들었던 거죠.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 한편이 아려왔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더라고요”라며 아린 기억을 이야기했다.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바탕으로 김 단장은 2015년 국무총리 표창장, 2018년 제22회 대구자원봉사자대회에서 제16회 자원봉사대상 본상, 그리고 올해 제38회 중구 구민상 사회봉사부문을 수상했다. 26년째 무궁화봉사단을 이끌면서 누구보다 선행에 앞장선 그는 “제가 잘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못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라 봉사단원들 모두가 함께해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26년간 봉사단 단장직을 수용하면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단장은 2001년,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봉합에는 성공했으나 지속된 통증을 느낀 그는 봉사단 단장직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손가락 때문에 일을 7년이나 쉬기도 했어요. 그래서 봉사단 단장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고 저는 물러날 계획이었는데, 단원들이 ‘단장이 없으면 봉사단도 없애자’라고 이야기하기에, 통증을 무릅쓰고 단장직을 이어 나갔습니다. 회원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을 거에요.”
인터뷰 내내 단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김 단장. 그와 함께 26년째 활동 중인 회원이 세 명 있다고 한다. “제가 자율방범대장을 맡았을 당시, 방범대 담당 순경이었어요. 지금은 봉사단 재무를 맡아주고 있죠. 오랜 시간 함께해준 회원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3년 전에는 한 여성 회원이 항암치료를 위해 서울로 떠났는데, 병고를 이겨낸 해당 회원이 최근 돌아와 쾌차한 모습으로 봉사활동에 함께했다고 한다. “모두 열심히 임해주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회원들 중에 어디 하나 모난 사람이 없이 사람들이 다들 둥글둥글해요.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단장은 무궁화봉사단의 단장뿐만 아니라 대구 중구 자원봉사단체협의회의 부회장으로도 재임 중이다. 80여 개의 봉사단체 협의체에서 이사와 감사를 거쳐 부회장직을 3년째 수행 중인 그는 “2018년과 2019년에는 협의회 회원들과 미얀마로 해외 봉사를 가기도 했습니다. 지원금 하나 없이 각자 사비를 들여서 다녀왔죠. 지금은 내전 중이기 때문에 못 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봉사단원들에게 활동을 강요하지 않는 그는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봉사를 다니다 보면, 제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 하는 활동이지만 오히려 배울 점이 많기도 합니다. 그것이 봉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봉사활동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회원들도 마찬가지예요. 봉사는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을 때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갖고, 약자를 도우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다 같이 힘쓸 수 있도록 저희도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11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