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8(월)
 



커피는 기호식품이다. 좋은 원두라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산미가 있고 상큼한 과실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부터 단맛과 곡물의 고소한 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까지.... 커피 취향은 그야말로 각양각색(各樣各色).

자신의 취향에 맞는 국가별 원두를 선택하고 로스팅 정도를 결정해 원하는 타입의 커피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 카페가 생겨 화제다. _박미희 기자

부산 해리단길에 위치한 트루먼커피는 손님들이 다양한 국가별 원두를 선택해 진정한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다크 로스팅, 미디엄 로스팅 정도만 고를 수 있는 여느 카페와 달리 이곳은 국가별 원두를 고르고, 로스팅 정도를 선택해 원하는 타입의 커피 종류까지 고를 수 있다. 한마디로 나 자신도 몰랐던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알아가는 곳.
올해 7월, 문을 연 이곳은 김지욱 대표의 커피 철학이 담긴 곳이다. 5년 간 부산 마린시티에서 마이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20년차 베테랑 커피인이다. 원래 체육 선생님이 되고자했던 그는 스무살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주변의 반대도 무릅쓰고 커피인의 길을 선택한 그는 남미, 유럽, 미국 등 30개국을 다니며 커피 공부에 매진했다. “여행 중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를 찾았어요. 다양한 원두를 선택해서 맛볼 수 있는 카페였는데 제 입맛에 맛있는 원두를 친구는 맛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라도 각자 개인 취향에 따라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언젠가 손님들의 개개별 취향에 맞는 원두와 로스팅 정도, 커피 종류까지... 선택할 수 있는 카페를 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웃음).”
재방문율이 90%가 넘는 마이플레이스는 인근 주민들이 단골인 카페다. 규모는 작지만 좋은 커피 맛으로 정평이 났다. 5년 간 카페를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의 커피 철학을 실현하고자 지난 여름, 해운대 해리단길에 트루먼카페를 열었다. 날로 높아지는 임대료와 인건비, 치솟는 원자재 값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시도라 동종 업계 사장님들의 만류도 많았단다. 하지만 스페셜티 원두를 쓰고도 한잔에 2,500원을 받는다니 김지욱 대표의 운영철학을 충분히 짐작할만했다. “저는 로스터에요. 새벽 5~6시에 일어나 온종일 로스팅 작업에 매달리지만 고된 작업 끝에 좋은 원두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보람이죠(웃음). 생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좋은 생두의 맛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건비를 아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커피를 내놓는 건실한 청년 CEO.“맛에 대한 고집은 없지만 재료에 대한 고집은 있다”는 것이 김지욱 대표의 지론이다. 업장에 국가별 23가지의 원두를 갖춰놓고 손님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23가지 원두가 모두 제 자식같아요(웃음). 어느 하나 좋은 원두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절대로 제 취향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인 만큼 저마다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가 다 다른걸요. 손님들이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원두를 맛보고 자신의 진짜 취향을 알아가셨으면 해요(웃음).”
오픈한 지 두달 남짓되었지만 이곳은 참신한 운영 시스템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커피 마니아부터 부산을 찾은 관광객, 지역 주민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에 대해 묻자 김지욱 대표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멀리서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셨어요. 원하는 원두를 선택해 맛 보시더니, 그 자리에서 몇 킬로그램의 원두를 구매해서 가시더라구요. 도저히 서울에서는 이 가격에 이런 원두를 살 수 없다며 서울에도 지점을 내달라고 환하게 웃던 손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외에 꾸준하게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지역 주민들과 커피 애호가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해요(웃음).”

자신의 일터를 사랑하는 김지욱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다. 새벽을 밝히며 로스팅에 열중하고 한낮에는 직원들과 손님을 맞이하기 바쁘다. 바쁜 일과 속에서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언제나 따스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김지욱 대표. 건실한 청년 CEO인 그는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을까? “베를린을 여행할 때였어요. 그때 음대 학생들의 음악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치 저만을 위한 연주 같았어요. 잠시 쉬는 시간에 어느 학생을 보면대에 커피를 올리고 마시는 걸 인상 깊게 보았어요. 이처럼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잠시나마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웃음).”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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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내 커피 취향을 알아가는 곳, 국가별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 커피타입까지 선택할 수 있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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